'먼지'같은 나의 사우디 라이프
D+202
Jeddah
사우디의 겨울인 12월에서 3월까지는 먼지 날리는 리야드에서 지냈고, 이곳 제다로 온지는 벌써 3주가 되었다. 우리는 '제다'라고 발음 하지만, 이곳 사람들과 외국사람들은 '젯다'라고 이 도시를 발음한다.
제다 도착 후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맞이한 제다의 날씨와 냄새는 익숙하고 친근했다. 습도가 높아 끈적거리고 바다가 근처라 짠듯한 바다 냄새까지 함께 몰려왔다. 한국의 여름 날씨와 비슷했고, 드 디 어!! 나는 숨통이 좀 트이는 거 같았다. 호텔 방에서 짐을 푸는데 멀리서 홍해가 눈에 들어왔다. 소리를 안지를 수가 없었다!
아침에는 Corniche (홍해를 끼고 있는 해변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사치도 누릴 수 있다. 아무리 햇빛이 좋다고 하지만 여기가 중동이란 걸 잊지 말자. 찬란한 햇빛일지라도 정오에서부터 해가 질 때까지는 해가 정말 강해서 조금이라도 야외에 있으면 정말 새카맣게 탄다. 우리나라 해와는 좀 다르다. 그렇던가 말던가, 나는 (도착해서 한 일주일 동안은) 넘실대는 바다와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을 마음껏 누렸다. 그 덕에 얼굴과 몸에는 한동안 숨어 있는 주근깨들이 물 만난 듯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 2022. 04. 26 - 오늘의 Morning walk
뜨거운 정오의 해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왔다. 일찍이라고 해도 9시 ㅋㅋㅋ
사우디는 4월 한 달간 라마단 기간이라 대부분의 활동은 오후 느지막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이른 오전 시간에는 사람도 잘 없고, 생수를 사 마시려고 해도 문 열린 가게도 잘 없다. 그래서 한적해서 좋다.
이렇게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저렇게 투명한 물아래 형형색색의 고기떼들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바위 위로는 다리가 빨간 꽃게들이 한가득 붙어 있다.
Corniche 해변산책로를 걷다 보면 이러한 문구가 벽에 붙어 있다.
첫 번째, NO SITTING ON THE GROUND (바닥에 앉지 마라!)
- 그러나 사람들은 가볍게 무시한다. 오후에 해가 질 때쯤 해변 근처 가봤는데 사람들 빼곡하게 자리 깔고 바닥에 앉아 석양 감상과 가족끼리 맛있는 음식 가지고 나와 피크닉을 즐긴다.
두 번째, FISHING PROHIBITED IN THIS AREA (물고기 잡지 마라!)
- 아래 사진에서 확인하시길.. ㅋㅋㅋ
잡지 말라고 하는데... ㅋㅋㅋ
특히 두 번째 아저씨가 잡아 올린 저 큰 물고기에 깜짝 놀라였다.
저 큰 물고기를 잡아 올렸더니, 그 물고기가 잡아먹어 이미 뱃속에 있는 작은 물고기가 아직 살아있는 채로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러곤 사진 찍고 있는 내 가슴팍에 부딪히고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깜짝 놀라 뒤집어질 뻔했다. 잔잔한 나의 사우디 라이프에 오랜만에 큰 자극이었다.
나는 나의 사우디 라이프를 '먼지'같은 내 사우디 라이프라고 종종 표현한다.
먼지처럼 조용히.. 사뿐히..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삶.
남들과 달라 튀기보다는, 평범하게 묻혀 지내는 삶.
평온할 수 있지만 너무 잔잔해 자극이라곤 없어 지루할 수도 있는 삶.
어쩌면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니캅 뒤 여자들의 오랜 삶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현재 격변하는 사우디는 여성들의 라이프도 많이 변하고 있지만...)
내 과거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삶의 모습인데, 이곳 사우디에서는 자의 반 타의 반 이렇게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한다. 너무나도 다른 이런 삶에 잘 적응하고 인내하고 있는 나를 스스로 칭찬한다. 몸과 마음이 조금 고되지만 항상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비용이라 생각하며, 이러한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늘 아침 Morning walk에서 미끼에 걸려온 저 큰 물고기를 통해 비교적 큰 정신적 자극을 받은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한번 해 보았다.
언제나 넘실대는 바다는 사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