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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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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Feb 28. 2020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

열심히 나와 소통 중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벌써 며칠째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래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내가 원해서 집에서 머무는 거랑 반 강제성을 띄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경우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히 생각도 많아지게 된다.


저녁을 다 먹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사랑이 뭔데?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지?"

너무나 일차원적인 질문이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말했다.

"계속 보고 싶고, 뭐든 다 해주고 싶고, 내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게 사랑이지..."


나는 과연 저러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단 1의 계산도 없이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나의 모든 걸 줄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세상엔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영원할 수 없는걸 미리 알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 조금 더 회의적인 거 같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편에는 막연하게 나도 나의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영혼의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욕심인 거 같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의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생겨

나의 모든 것을 단 하나의 계산도 없이 무한정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무런 계산 없이?


여태껏 이런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막연히 내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그냥 남자 친구가 있는 나의 모습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이별을 한 C군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계산적이다. 1도 손해 보지 않으려 한다.

당신은 모든 사람을 만날 때 그렇게 계산을 하나?

나는 내 친한 친구를 만날 때 돈을 누가 내던 아무런 계산을 하지 않고 만난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나?

당신은 참... 가난한 사람이다"


저 말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과연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이 정말 있을까?

저 말을 건넨 그 역시 어쩌면 누구보다 계산적일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계산적이라는 것은

나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것이고,

나 역시 상대방에게 피해를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개인적인 것이다.


나는 만약 친구를 만나려고 하는데 돈이 충분히 없으면, 그 약속 자리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의 친한 친구는 내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면 "괜찮다."라고 하겠지만, 내가 괜찮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언정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돈 없이 그 자리에 간다고 한들 내 마음이 편할 거 같지 않다.

그냥 이건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다.


금전적으로 가난하다는 건, 돈이 충분히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건, 마음이 여유롭지 않고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 해외생활을 할 때에는,

내가 충분한 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내 상황에 대해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열정 가득하고 익사이팅한 내 삶에 충만함을 느꼈다.

남들의 시선은 정말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고, 오롯이 나의 삶에만 집중하였다.

그러니 남들이 돈이 많던 적던, 차를 뭐를 끌고 다니던, 집이 얼마나 좋은데 살던 말던 그건 내 관심 밖 일이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생각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당연히 차가 있을 거라 생각을 하고, "주차 어디에 하셨어요?"라고 질문을 하면,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차가 없다고 말하였을 텐데, 언제부턴가 그 질문이 대한 대답이 조금 불편하다.

불편한 이유는 다들 가지고 있는 차를 나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서, 나 스스로 참 많이 변한 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마음이 참 가난해졌구나... 씁쓸해진다.


씁쓸하고 슬프지만 그게 나의 모습이다.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선, 예전처럼 조금 더 내 삶에 집중을 해야 될 거 같고

나 역시 한 사람 한 사람 인연을 소중히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야 될 거 같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고 깊이 있는 사랑을 하기 위해선 나의 내면을 진실되게 가꾸어야 될 거 같다.

사랑도 아무나 줄 수 있는 게 아닌다 보다.


그러나 계산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은 좀 생각을 해 보야 될 필요가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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