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김영하 작가는 어렸을 젹 군인이셨던 아버지로 인해 많은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김영하 작가는 늘 유목민의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삶.
작가는 성인이 되고 해마다 여행을 떠났다. 혼자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시칠리아, 캐나다 밴쿠버, 미국 뉴욕, 한국 부산 등 다양한 나라의 도시에 머물며 글을 썼다.
여행하며 글을 쓰는 삶. 누군가에게는 불안정한 삶의 극단과 같은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는 그러한 삶이 자신에게는 안정적인 삶이라 말한다. 물론 그가 상위 1% 이상의 인지도와 인세를 가진 성공한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의 대다수는 정착민으로서 살아가는 반면, 그보다 더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유랑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는 작가만큼 많은 곳을 떠돌며 살아 보지 않았고, 해외여행도 그리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정착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퇴사, 이직, 폐업 등을 반복하며 다른 의미로 정착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 종종 불안감과 무기력함이 엄습해 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김영하 작가나 그와 비슷한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찾게 된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사건 속에 빠져들거나, 여행에서 발견한 통찰이 담긴 문장을 읽으며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는 그러한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해 나가려는 그들의 태도를 닮고 싶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삶의 통제력을 되찾는 듯한 기분을 함께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