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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노마드 Jan 16. 2022

나는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얻지 못했나

임아영 <진짜 나를 발견하는 중입니다>을 읽고

얼마 전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독서량이 꽤 늘어났다. 나는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없는 편이지만, 유독 책 사기를 좋아해서 생활비 중 많은 비중을 도서 구매비로 채워왔다. 그런데 소득이 불안정한 기간이 길어졌고, 습관대로 책을 사서 보다가는 감당이 안될 것 같아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결제했다.


서비스는 대만족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신간들을 볼 수 있었고 편리한 기능도 많아 정보 습득 측면에서는 종이책을 보는 것보다 훨씬 효용이 높은 것 같다. 또한 밀리의 서재에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서적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컨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소개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책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 그 책은 바로 임아영 작가의 <진짜 나를 발견하는 중입니다>이다. 밀리의 서재에 책에 대한 소개가 잘 되어있어 발췌해왔다.


이 책은 임상심리전문가인 저자가 심리치료를 진행하면서 마주했던 일들을 사례로 들어, 다양하고 풍부한 심리학적 지식을 총망라한 작품이다.

공허, 짜증, 무력감, 행복함과 같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사랑, 권태, 수용, 미움, 질투 등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심리 메커니즘에 대해 상세하게 풀어냈다.

저자의 인간 심리에 관한 전문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글을 '타인의 기대를 따르지 않은, 온전한 나'를 찾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밀리의 서재 책 소개글 -



최근 계획했던 일들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물음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추천 도서 목록을 보다가 이 책의 제목에 이끌려 책장을 넘겼다. 전문가적 견해를 통해 조금이나마 내가 일상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에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좋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무력감'에 대한 내 경험과 생각을 남겨보고 싶다.


저자는 무력감의 원인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서 찾았다. 학습된 무기력은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어떠한 시도나 노력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여기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이론은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 (M. Seligman)이 무슨 짓을 해도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실험실의 개를 보면서 얻은 통찰이라 한다. 실험실의 개들은 전기충격을 피해보고자 작은 상자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실패하자, 전기충격을 쉽게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고통을 참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 인간도 이런 학습된 무기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자신의 의지로 새롭게 시도해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력감이 엄습할 때, 스스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얻지 못했나'

좌절된 욕구에서 비롯된 무력감은 나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삶이 내가 원하는 것과 어딘가 많이 어긋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 말입니다.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나와 맞지 않는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돈을 벌고 싶어 주 100시간씩 일했는데, 정작 나는 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행복이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여행이 멋진 취미인 것 같아 세계 곳곳을 많이 돌아다녀봤는데, 정작 나는 집에서 편하게 누워서 소설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인 것 같아 공무원이 되었는데,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을 처리하면서 하루하루 죽어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 책 본문 중에서-

저자는 무기력의 또 다른 원인으로 '완벽주의'를 꼽았다. 애초에 세상 모든 일에 '완벽'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더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맹목적으로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되고, 결국 무력감에 빠지게 만든 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의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내가 원하는 어떤 경지가 있어서 그렇게 노력을 해온 그렇게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만일 진짜 그 완벽주의가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자기만족의 산물이었다면, 어느 순간 무기력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세운 기준에 의해서 완벽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고, 욕먹기 싫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책 본문 중에서-
 '나는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얻지 못했나'


나의 경우 무력감이 들 때면 체력적인 문제겠거니 생각하고, 운동을 하거나 땀을 흘리고 싶은 마음조차 나지 않을 때는 무작정 나가 집 주변을 걷곤 했다. 무력감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좌절감과 완벽주의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책장을 잠시 덮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얻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짜 내가 원했던 것인지.  


나는 최근 IT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보지 못하고 팀마저 순식간에 와해되자, 사업은 물론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함께 흔들렸다. 나는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는 것을 원했고, 얻지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성공한 창업가'란 기존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사업화하여,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를 통해 사업 지분을 매각 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후배 창업가들에게 투자하며 사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런 성공을 맛보는 창업가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내 삶의 중요한 가치는 '자유'와 '성장'이다. 그리고 이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 믿고 있다. 내가 창업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도 근본적으로 이런 세상을 만드는데 풀어야 할 숙제라 생각했다.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내게 중요한 삶의 가치를 지키고 이를 나눌 수 있는 삶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꼭 '성공한 창업가'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타트업 창업이 내가 풀고자 했던 문제의 최적의 솔루션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직간접적으로 성공한 창업가들을 지켜보며 나와는 다른 그들의 삶을 막연하게 동경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무기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걸음


저자는 무기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걸음'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내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작은 걸음' 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한 걸음 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성공한 창업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수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다시 좌절하거나 무력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무기력은 내 의지대로 상황을 없을 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바랄 때 생겨납니다. 그렇다면, 무기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역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나에게 맞는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고, 지금 당장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도 괜찮고, 밖에 나가 커피 한 잔 먹어도 좋습니다. 창문을 열고 방을 한번 환기시켜도 좋습니다. 아주 작은 일을 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이걸로 충분해."  

-책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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