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대로 일이 잘 안 풀리자 불안감에 등 떠밀리듯 나간 면접이었다. 면접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회사였고 면접관과 내가 해왔던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10년 뒤 어떤 모습이 되고 싶으신가요?"
면접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면접을 볼 때마다 단골 같이 나오던 질문이었다. 예전 같더라면 회사의 사업 전략, 필요 직무 역량과 관련된 내용들을 연결 지어 그럴싸한 내 미래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날 만큼은 유독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뚜렷한 목표가 없어졌기에,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초조함에 나오게 된 자리였다. 당연히 면접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면접관이 했던 저 질문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10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 걸까? 그에 앞서 나는 10년 전에 어떤 모습이 되고 싶었던 걸까?
지난 10년은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내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많은 계획들이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가장 중요했던 일들만큼은 지켜냈다.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방향을 잃어버린 듯했다. 직장생활은 예상했던 대로 순탄치 않았고, 결혼이나 내 집 마련과 같이 내 또래라면 으레 가지게 되는 현실적인 목표는 아직 와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유학을 꿈꾸거나 스타트업에 도전하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누군가는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언제나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은 전자와 후자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 있다. 나는 후자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늘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 고민하고 계획해야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남들보다 조금은 느린 편이다.
앞으로 10년,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번만큼은 조금 늦더라도 신중하게 방향을 결정하고 싶다. 조급해지고 싶지 않다. 후회스러운 결정 앞에는 늘 조급한 마음이 있었으니까. 10년 뒤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와 미련을 가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