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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노마드 Feb 11. 2022

하와이의 추억

'대학생활 중 가장 돌아가고 싶은 때는 언제인가?'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교환학생을 다녀온 때라 말할 것이다. 친구들은 취업준비에 한창이던 대학교 4학년, 나는 미국 하와이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뒤늦게 교환학생을 결심한 이유는 동아리 선배들의 영향이 컸다.


많은 졸업생 선배들이 대학생활 중 가장 잘한 일을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이라 말해주곤 했다. 또 가장 아쉬운 점은 '교환학생을 가지 못한 것'이라 말하는 선배들도 많았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교환학생의 기회가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이 느껴졌다. 졸업이 늦어지더라도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 같았다. 교환학생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학점과 토플 점수가 필요했는데 나는 간신히 최저기준을 넘길 수 있었다.


카투사로 군복무를 마친 직후라 '미국'이라는 곳에 대한 동경심이 컸던 때였다. 미국에 위치한 학교 중 내 조건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학교는 하와이 주립대를 포함하여 3~4곳 정도였다. 후보 지역 중 하와이가 물가가 가장 비쌌던 터라 망설였지만, 대학생활 중 한 번도 해외여행을 못 갔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나는 하와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사실 하와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미국 중부나 남부의 외진 곳들이라 정말 공부밖에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와이 공항에 도착하고 학교 기숙사로 향하는 길에 와이키키 해변에 잠시 들렀다.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푸른 바다까지 모든  아름다웠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가끔 한국이 그립거나 의사소통이 안되어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운이 좋게도 좋은 현지 친구들을 만나 행복한 추억을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다. 별빛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 아래, 우리만의 해변에서 즐겼던 바베큐와 우쿨렐레 음악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하와이에서 내가 가장 즐겨했던 일은 해가 질 무렵 학교 근처에 있는 해변에 가서 노을을 보는 것이었다. 기숙사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20~30분 정도 걷다 보면 인적이 드문 조용한 해변이 나왔다. 푸른 바다에 해가 내려앉으면서 생기는 노을빛이 정말 아름다웠다. 노을빛이 물든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덧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직장생활이 힘들 때면 하와이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곤 했다. 다시 한번 꼭 가야겠다 생각했으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어만 왔다. 더 늦기 전에 그 노을빛을 보러 가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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