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에필로그
브런치에 나의 육아와 자녀교육에 관한 글을 연속적으로 쓰기 위해 아이를 독일에서 출산할 때부터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여 약 17년의 세월을 퍼즐 맞추듯 하나하나 짚어 갔다.
아이를 낳고 처음 품에 안아 보는 그 감격의 순간부터 아이가 커가면서 하는 모든 일상의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해 내가 웃고 울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추위와 흐린 날씨 때문에 힘들었던 날들 그리고 타국에서의 긴 생활로 어두워졌던 나의 마음이 아이로 인해 점점 밝아졌다.
아이가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고 첫걸음마를 떼던 감격의 순간들, 처음 유치원에 가던 날, 처음 학교에 가던 날, 처음 엄마와 떨어져 자던 날, 학교 학예발표회 날 무대 위에서 야무지게 공연하던 모습들 모든 것이 어제의 기억처럼 선명한데 시간은 어디로 다 흘러갔는지?
아이는 벌써 엄마를 떠나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 웃고 울었던 모든 일상들이 아이와 함께 성장한 나의 시간들이다. 아이가 주인공이고 내가 조연인 드라마가 아니었다.
아이가 내게 와주어서 너무 감사하다.
나를 치유하고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하늘이 나에게 보낸 선물이다.
나는 10년에 한 번씩 인생을 리셋하는 ‘배가본드의 삶’을 사는 엄마다.
내가 ‘방랑자의 삶’을 살며 다른 세상에서 보고 경험하며 흡수한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 농축되었고 투영되어 있다. 싫어했던 나의 모습마저도 아이 속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아이는 나에게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르쳤고 나의 내면 속의 상처 받은 아이를 달래고 끌어안아야 앞으로 한 발 갈 수 있게 하는 회개의 삶을 살게 했다.
아이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 로서의 역할을 놓아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마음껏 달릴 것이다.
이제 나는 오롯이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