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페이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이나 쇼트 트랙 등 장거리 기록경기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일정 지점까지 앞에서 달려주는 선수이다.
개인의 영광보다는 팀과 우승 후보의 우승을 위해 경기에 투입되는 주자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메달을 목에 걸 수 없다. 개인의 영광은 없다. 우승 후보 선수를 위해 묵묵히 앞에서 달려 준다.
선수가 힘든 구간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고 힘을 내도록 함께 달리며 이끌어 주는 역할이다.
힘든 고비를 선수와 함께 넘기고 마지막 영광의 순간에는 소리 소문 없이 퇴장해 준다.
팀 내 내분이 일어 나선 안된다. 엄마도 아이의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가까이서 아이를 지켜볼 수 있으니 아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가 힘들어 지친 슬럼프 상태인지 목표 의식이 흐려졌는지 다른 문제가 있는지 옆에서 함께 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입으로만 훈수를 두거나 잘 안될 때 나무라기만 하면 얄밉다.
“단번에 그럼 엄마도 한 번 해봐!”라고 아이의 뾰로통한 비난을 받게 된다.
훌륭한 아이들 뒤에는 항상 훌륭한 엄마 아빠가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 가면 율곡 이이를 훌륭하게 키운 신사임당부터 시작해서 특히 어린 시절 혹독한 연습을 견뎌야 하는 예술이나 체육 쪽에는 페이스 메이커 엄마 아빠들이 많이 있다.
피아니스트 임동민, 임동혁 형제를 키운 어머니를 비롯하여 요즘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또한 빠질 수 없다.
재능은 있지만 빈 도화지 같은 순진 무구한 상태의 어린아이를 끌고 가려면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부모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아이보다 너무 앞서가도 안되고 어린아이를 보면서 엄마로서 마음이 나약해져서도 안된다.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 하고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에 갈등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는 자기 자식이 어느 순간 진정 행복을 느끼는지 잘 알아야 한다.
손흥민 선수의 다큐 프로그램에서 본 에피소드다.
그의 아버지는 본인이 실제 선수 시절을 겪으면서 기본기와 체력이 부족해서 경기를 잘 끌고 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못 넣는 것에 대해 매번 너무나 안타까워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덩치 큰 체력 좋은 유럽 선수들과 경기에서 자주 들었던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바로 그것이다. 축구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아들을 축구선수로 키우면서 혹독한 기본기와 기초체력 훈련을 시켰다.
기본기가 충분할 때까지 어떤 경기에도 나가게 하지 않았다.
다큐 프로그램에서 그는 특정 힘을 내기 위해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 본인이 철저한 기초체력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아버지는 나이는 들었지만 평생을 묵묵히 훈련한 단단한 근육들이 몸의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여기저기 여러 선생님께 돌리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알아내고 아들에게 가르친 것이다.
어느 부모가 저리 할 수 있을까? 물론 손흥민 선수는 일찍 경기에 나가서 이름도 날리고 영광의 순간도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경기를 하면 당연히 게임에 이기고 싶은 승부욕과 빨리 결과를 내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손흥민의 아버지는 때가 될 때까지 아들을 묵묵히 기초체력훈련을 시켰다.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우리 모두가 아는 그대로이다.
부모의 가장 훌륭한 페이스메이커 사례이다.
만약 아이가 체중이 많이 나가서 다이어트가 목표라고 하면 엄마는 아이의 다이어트를 위해 집 안에 있는 간식거리를 다 치우고 냉장고도 정리한다. 다른 음식을 급히 찾지 않게 미리 다이어트식을 준비해서 함께 먹는다.
다이어트식을 함께 먹기 힘들다면 최소한 아이가 있는 데서는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피한다.
아이와 함께 운동을 가고 아이가 줄넘기를 하면 성취도에 따라 상품을 공약하는 등 어떻게든 아이가 목표에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게 엄마가 함께 뛰어 줘야 한다.
말로만 “너 살 뺀다더니 그걸 먹니?”라고 핀잔을 주거나 “다이어트는 너의 목표다. 나랑은 상관없다”며 집에서 엄마는 라면을 먹고 가족 외식을 계획하거나 야식을 시켜 먹는 등 협조를 하지 않는 다면 아직 의지가 약한 아이에게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혹은 목표 달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너는 다이어트 안 해도 예뻐”,”외면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해” 또는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야 해 “이런 말도 도움이 안 된다.
이 예제는 아이가 실제 과체중일 때 얘기다.
괜히 멋 부리려 걸그룹처럼 보이려고 다이어트를 한다는 아이 얘기가 아니다.
작은 목표부터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의 기쁨을 아이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가 나중에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며 노력을 하는 재미를 알 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당장 아이의 학습이 목표일 것이다.
학습 목표를 너무 먼 곳을 잡지 말고 즉 아이가 중학교 1학년 입학했는데 과학고 또는 인 서울 이렇게 너무 길게 목표 설정하는 것보다는 물론 큰 목표는 가지고 있되 단기간 목표를 잘게 잘게 끊어서 세우고 그걸 달성하면서 가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눈 앞의 목표는 동기부여가 강하게 되며 도전하고 얻게 되는 보상의 재미도 크기 때문이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의지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은 먼저 제거한다. 정말 의지가 강한 사람은 옆에서 누가 무엇을 하든 뭐라 하든 상관없이 갈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워낙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 방해 요소를 먼저 제거하고 간다. 그럼 일단 거실에서 TV를 종일 틀어 놓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스마트폰도 없애는 것이 좋다.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은 “공신 폰”이라고 2G 폰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아이 시험기간 등 중요한 시기에는 엄마는 바깥 약속을 안 만드는 등 최대한 일상의 루틴을 심플하고 규칙적으로 세워서 아이가 자신의 공부 계획에 예외가 없게 맞춰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부담이 되게 모든 신경을 아이 공부에 곤두세우면 안 된다.
식사 시간에는 가벼운 주제나 유머 등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아이와 마주하면 꼭 주제를 공부로 가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시작은 다른 주제였는데 공부이야기로 귀결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퇴근했는데 회사 이야기하는 사람 싫어한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무심히, 빅 픽처로 아이가 먼저 매달리게 해야 한다.
엄마는 관심 없고 쿨 한 척 한 발 빠져 줘야 한다. (실제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하면 주변에 좀 극성스러운 엄마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잠깐이다.
잠깐만 아이의 페이스메이커 해주고 빠지면 된다.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다하면 실제 경기에서 와는 달리 그리 슬픈 엔딩이 아니다.
엄마는 그때부터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