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25-09-08 반찬을 만들어 보다.

by 해외교민

느지막이 일어나 건물 수리 하는 기사를 불렀다. 현재 우리가 렌트한 건물을 짓는데 역할을 한 친구한테 연락을 했는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를 보내서 체크를 하게 했다. 두 명이 왔다.(필리핀 친구들은 항상 두 명씩 일하러 온다.) 옥상에 올라가서 보더니 벽에 금이 가서 물이 샌다고 한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가 와서 다시 한번 체크해 보기로 했다.


오후에는 기사 포함해서 차량을 렌트해주는 업체와 미팅을 했다. 우리 숙소 손님이 픽드랍 요청을 하면 우리가 불러주는 업체인데 계속 페이스북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고 얼굴은 처음 봤다. 필리핀인 친구가 대표인데 요즘 비수기고 손님도 많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를 위해서 현지 친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 놓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무엇을 하든지 사람이 중요하다.


저녁엔 반찬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가져온 반찬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대부분 간장, 고추장등에 절인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방금 한 신선한 반찬들이 먹고 싶은데 그런 반찬은 오래 보관이 어려워 가져오면 며칠 만에 다 먹기 때문에 남질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반찬을 좀 만들어 보기로 했다. 얼마 전에는 마늘장아찌를 담가 놨는데, 오늘은 오이지와 가지무침을 만들기로 했다. 가지는 한국의 그것보다 크기가 작다. 우선 찜기로 찌고 잘게 찢어서 간장과 마늘 참기름등을 살짝 넣고 무쳤더니 먹을만하다. 이건 성공이다.

오이지도 담그려고 오이를 썰고, 무도 조금 넣으려고 무도 썰고, 당근도 조금 넣으려고 당근도 썰어서 넣었더니 오이는 잘 안 보이고 무, 당근, 양파만 보인다. 오이지가 아니라 그냥 채소 샐러드에 고춧가루를 넣은 느낌이 되어 버렸다. 양을 조절하는 게 잘 안된다. 다음에는 꼭 오이 위주로 오이지를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난주에 만들어 놓은 마늘장아찌도 꺼내 봤는데 마늘이 녹색이 됐다. 마늘을 까서 빛을 많이 보면 녹색이 된다던데, 마늘을 씻고 말린다고 놔둬서 그런 것 같다. 다음에는 씻고 바로 닦아서 식초를 부어야겠다. 유튜브와 AI를 통해서 레시피를 받아서 대충 따라 하는데, 우선 조미료와 양념등이 한국에 비해 충분하지 않고 원재료도 한국의 그것과는 다르고 무엇보다도 내 경험이 부족하여 요리를 한다기보단 “흉내만 낸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거의 매일 하루 한 끼 이상은 식사 준비를 하는데, 평생을 가족들 식사 준비를 하신 어머님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드셨을까 느끼게 된다. 우리 집은 넉넉지 못해서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훌륭한 어머님의 음식 솜씨가 그의 희생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엄마가 한 밥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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