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운동을 갔다. 최근에는 상체, 하체, 휴식의 패턴으로 했는데, 몸에 염증이 쌓인 것 같아서 며칠 쉬었다. 역시나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아직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오토바이를 몰았다. 보통 거의 집에만 하루 종일 있는 날이 많기 때문에 운동을 가지 않으면 우울 해 질 것 같아서 일부러 운동을 다니는 것도 있다.
내가 다니는 짐은 70~80년대 영화에 나오는 시골 작은 헬스장의 느낌이다. 근력 운동을 하는 걸 쇠질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쇠질이 뭔지 보여주는 곳이다. 기구는 녹이 안 슨 것이 없고, 흰옷을 입고 운동을 하고 나면 티셔츠에 녹이 다 묻어 있다. 운동을 엄청 좋아하는 헬창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나보다 훨씬 몸이 작은 친구들이 나보다 훨씬 많은 무게를 들고 대부분 몸이 좋다. 멋진 몸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할수록 욕심은 난다. 그래도 오르지 못할 산은 쳐다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처음에는 설렁설렁하던 것이 욕심이 생겨서 무게를 올리고 운동량도 조금씩 늘려간다.
사람 몸이 참 정직하다는 걸 느낀다. 며칠 운동을 안 했다고 힘이 없다.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거의 일주일 만에 상체 운동을 하니 같은 무게를 하는데도 무게감이 다르다. 그만하고 갈까 그만하고 갈까 생각을 수십 번 했다. 그러다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하던 운동량을 대충 채웠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나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혼자 뿌듯해하며 집으로 왔다.
오후엔 어젯밤에 오신 손님과 담소를 나누었다.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사업을 하신다고 한다. 필리핀에 오신 지는 20년이 다 되었고, 무일푼으로 와서 많이 벌고 지금은 많이 까먹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전만 해도 보라카이가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였는데, 코로나 이후 상황이 너무 바뀌었다고 한다. 내가 있는 이곳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겠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너무 사정이 안 좋다. 지금 짓고 있는 호텔은 어마 어마한데 여행객은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다행히 나는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아서 타격이 적겠지만 초과 공급이 만들어낸 공항이 여기도 닥칠 분위기다. 그래도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한국에선 이렇게 살면 잉여인간이라고 뭐라고 하라고 하지만,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꼭 무엇을 이룩해야 하고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가져야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살면 잉여인간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잉여인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