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14일 새벽) 1시 30분쯤 예약 플랫폼으로 메시지가 왔다. 아직 예약하기 전 손님이 보낸 메시지다. 이제 공항에 도착했는데 지금 가도 되냐는 메시지였다.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방도 비어 있었기 때문에 오시라고 했다. 새벽에 도착하면서 숙소도 예약을 안 하고 오는 여행객은 처음 봤다. 새벽에 체크인이 되는 숙소가 거의 없을 텐데 참 용감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군다나 이름이 여성이어서 20대의 혈기 왕성한 여성인가 싶었다. 30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고 답장도 없어서 그냥 잘까 하는데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그랩을 타고 오겠다고 한다. 새벽에는 그랩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알려드리고 조심히 오시라고 했다. 그리고 또 30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고 메시지가 왔다. 그랩도 안 잡히고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돈을 빌려달랜다. 그때부터 살짝 이상하다 싶었지만 알겠다고 했다. 그리곤 한 20분쯤 후에 도착을 했다.
혈기 왕성한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 여자분일 거라는 내 예측은 빗나갔다. 12살 아이와 부부였다. 가족끼리 오면서 숙소를 예약을 안 하고 온다고? 그 용기가 대단하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을 서로 이해하는 남편과 아내 사춘기에 가까운 어린 딸의 모습이 부러웠다. 충분히 짜증이 나고 싫었을 상황인데도 12살의 어린이는 나를 보자마자 한국 사람이냐고 묻고 조잘 대기 시작했다. 부부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부러웠다. 이 가족은 삶에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서로 의지하며 잘 극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숙소는 큰 침대가 하나 있고 엑스트라 베드를 하나 더 설치할 수 있는 구조이다. 미리 얘기를 해주면 엑스트라 베드를 설치해 놓는데, 3명인 줄 모르고 설치를 안 해놔서 시트와 베개를 가져다 드렸다.
다음 날 체크 아웃을 하는데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 드렸다. 숙소 사장한테 다른 숙소 어디가 좋냐고 묻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곤 세분이서 오토바이 한 대를 빌려서 탄다고 한다. 12살 아이가 또래에 비해 꽤 커 보이는데 괜찮으시겠냐고 했는데 예전에도 그렇게 탔다고 한다. 역시 다르다. 그리고 아이도 참 어른스럽다. 이런 딸 있으면 키울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토바이로 갈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카페를 소개해 드렸더니 세분이서 헬멧을 나눠 쓰고 꾹 누른 샌드위치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셨다.
줄곧 혼자만 여행을 다녔다. 그런데 저렇게 마음이 맞는 가족이 있다면 같이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힘듦이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