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당연히 현지 돈이 필요하다. 사업이 번창해서 돈을 벌면 굳이 환전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아직 돈을 벌고 있지 않아서 항상 돈을 찾아서 쓴다. 예전에 세계일주 할 때도 ATM에서 돈을 찾아서 썼는데 당시에는 환전 수수료도 있고 현지 ATM수수료도 상당했던 기억이다. 요즘에는 여행 전용 카드들이 많아서 어플로 환전 수수료 없이 현지화로 언제든지 환전이 가능하고 ATM수수료도 없는 기계도 많이 있어서 수수료 0원으로 환전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다.
돈이 거의 없어서 오전에 오토바이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ATM에 갔다. 모든 은행의 ATM이 출금 수수료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금 수수료가 없는 ATM을 찾아가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에는 딱 1대가 근처에 있다. 그 기계에서만 수십 번을 인출했기 때문에 아주 익숙하다. 익숙하게 카드를 넣고 기계에서 나오는 텍스트는 무시하고 기계처럼 버튼을 눌러 댄다. 기계에서는 국내 카드는 50페소 해외 카드는 250페소를 징구한다고 나오지만 하지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카드는 이 기계에서 징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흐뭇해한다. 찾고 싶은 금액을 클릭을 하고 YES 버튼을 몇 번 누르니 드르르륵하는 돈을 세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돈 세는 소리가 평소와 좀 다르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을 때 화면에 잠시 사용이 불가하다는 문구가 뜬다.
젠장, 급하게 핸드폰을 봤다. 돈은 빠져나갔고 어플에는 분명히 방금 결제가 된 것으로 나온다. 이런 경우가 딱 한 번 예전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몇 분 후 바로 결제가 취소되고 통장으로 돈이 들어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 우리나라 같으면 ATM 기계에 응급상황에 전화를 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스티커로 붙여져 있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다. 우선 집으로 향했다.
차근히 앉아서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루트로 연락을 했다. 우선 현지 은행의 연락처를 찾아서 이메일을 보냈다. 페이스북이나 전화통화를 하려고 했는데 페이스북은 연락이 안 되게 되어있었고 전화는 현재 내 요금제로는 통화가 불가능한 번호이다. 그리곤 한국의 은행과 카드사에도 이메일을 보냈다. 다행히 몇 군데에서 답장이 왔다. 한국의 은행에서는 해당 카드사에 문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필리핀 은행에서는 한국의 카드사에서 내용을 확인해서 본인들에게 문의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작 중요한 한국 카드사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역시 뭐든지 많이 하면 통계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나 보다. 하지만 이건 내 의지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건데, 돈을 잃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어서 빨리 해결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