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지난 3월에 그려두었던 그림일기다.
그러니 이 일기도 밀린 일기나 다름없게 되었다.
내 평생 한 번쯤 걸어볼 수 있을까?
백두대간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긴 난 지리산도 올라보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누군가 백두대간을 갈 건데 같이 갈 사람 없냐고 글을 올렸고,
난 그 글을 덥석 물어버렸다.
사실 시간 날 때만 부담 없이 합류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고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도봉산에 가서 여기가 백두대간이라고 해도 아무 고민 없이 뱃속 편하게 따라갈 생각이었다.
2017년 12월의 일이다.
2018년부터 매월 1회, 1박 2일 일정으로 종주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정작 사전 만남은 3월이 되어서 이루어졌다.
결국 4월이 되어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나에게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다.
그 누구보다 가장 열정적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는 다짐을 했으니.
4월 28~29일 첫 백두대간을 떠났다.
지리산이 출발지였지만 4월은 산불예방 통제구간이 많아서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정령치부터 시작했다.
4월 28~29일 : 정령치~여원재~매요마을
5월 19~20일: 매요마을~중치~영취산
6월 16~17일: 천왕봉~연하천~정령치
7월 28~30일: 영취산~육십령~덕유산~빼재
이후 더 이상 백두대간은 가지 않았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바빴다.
그래도 너무 긴 시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간은 7월에 다녀온 구간이다.
일행 없이 홀로 떠난 첫 백두대간이었다.
그 구간을 홀로 걸으며 처음으로 생각했다.
'글을 써야겠어!'
이곳에 밀린 모든 글을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비로소 백두대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날이었다.
7월 이후 백두대간을 가지 못한 이유를 바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 바빴다는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7월의 백두대간을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정리도 하지 않고 떠났다가는 숙제처럼 쌓이기만 할 것이 뻔했으니까.
결국 정리도 하지 못했고 따라서 떠나지도 못했다.
12월이다.
올해가 가기 전 그날의 백두대간을 정리하고 딱 한 번, 백두대간을 다녀와야겠다.
눈이 쌓이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물론 어쩌면 이미 눈이 쌓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등반객이 많지 않은 길이니 눈이 쌓였다면 길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혼자서 그 길을 가야만 할 것 같은 의미 없는 소명 같은 것.
그렇지 않고는 12월을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