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목여행자 박동식 Feb 04. 2019

35. 설 연휴 목표

2019.02.04


방에 책상이 두 개다. 하나는 컴퓨터가 있는 일하는 책상이고 다른 하나는 식탁이다. 이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는 3인용 패블릭 소파를 두었었다. 젊은 감각의 심플한 소파이기도 했고 패블릭이라 분위기도 좋았다. 일하다가 졸리면 작은방 침대로 가지 않고 소파에서 잤다. 편하게 잠들기보다는 조금 불편하게 잠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아주 잠시만 눈을 붙일 수 있을 테니까.


소파를 버리고 식탁을 들인 것은 그림 때문이었다. 일하는 책상은 모니터와 자판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소파를 팔아버리고 작업 테이블을 놓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작업 테이블은 매우 비쌌다. 원목가구를 제작하는 곳에 직접 주문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 역시 비쌌다. 결국 보름 넘게 검색과 고민을 반복한 끝에 가장 합리적인 식탁을 놓기로 했다. 


4인 식탁의 가격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물론 비싼 것은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내 방에서 쓸 만한 것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쓰다가 버려도 아깝지 않은 가격. 소파를 치우고 테이블(식탁)을 들여놓으니 방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조금 더 사무적인 느낌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테이블에서 그림도 그리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테이블은 점점 잡동사니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고 책들도 테이블 위에 쌓아두었다.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철재 서랍장을 구입했다. 하지만 철재 서랍장이 들어오고 며칠이 지나자 테이블에 다시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스케치북과 붓통은 물론이고 책, 다기, 차가 담긴 바구니가 고정적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카메라, 지갑, 보조배터리, 잡지, 필통 등이 자리를 바꿔가며 널브러졌다. 종종 정리를 했지만 뒤돌아서면 곧 다시 무언가 쌓여 있었다. 그림은 커녕 밥도 먹을 수도 없게 되었다. 정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지가 몇 달이다. 즉, 책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이 몇 달은 되었다는 이야기다. 


설 연휴에 테이블을 정리하기로 다짐했다. 정리가 끝난 후에는 테이블 위에 아무것도 두지 않기로 했다. 필요할 때 그림을 그리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신 후에는 다시 치울 것이다. 테이블 위는 항상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고 결정하지 않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았어 다시 잡동사니로 가득할 것이 분명하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오늘 밤 당장, 테이블을 정리하지 않으면 잠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테이블 위에는 그림보다 두 배의 물건이 쌓여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34. 백두대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