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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여행자 박동식 Jan 18. 2020

병원 일기 9, 10

20191219~20191220



병원 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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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후 수술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상상하지 못했던 섬망 증세로 단 며칠 만에 세상이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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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환자 옆을 지켜야 하는 상황. 모든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다행히(?) 달랑 두 개였던 고정 연재가 12월을 기점으로 잘렸다. 덕분에(?) 형님 옆을 지키는 것이 용이했다. 취재를 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때는 앞뒤 가릴 것도 없었고 일단 시간이 많아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형님 거동이 조금씩 자유로워지면서 내 앞길 걱정이 시작되었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해 주던 연재였다. 이제 비정기적 청탁이 없으면 그야말로 굶어 죽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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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실밥은 아직...) 재활치료만 시작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재활을 시작하면서 뜻밖의 문제에 봉착했다. 전에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잠시의 여유가 있었다. 여유라고는 해도 외출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아니었다. 화장실도 혼자서 갈 수 없었으니까.
재활치료는 09:30~11:00와 14:00~15:00이다. 오전과 오후 각 1회. 즉, 아침 먹고 나면 잠시 후 재활 치료고, 돌아오면 잠시 후 점심이고, 점심 먹고 나면 잠시 후 재활 치료고, 재활 치료에서 돌아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이다. 형님 상태는 좋아졌으나 나는 더욱 꼼짝 못 하는 상황.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다.






병원 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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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치료 3일째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지만 세세한 기능은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가락 기능은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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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실밥 절반을 뽑았다. 말이 실밥이지 스테이플러랑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심이 크지도 않아서 깊게 박히지도 않았는데, 수술 부위가 지탱된다는 게 놀라웠다. 아마도 안에 뽑지 않아도 되는 실로 1차 혹은 2차 봉합이 있었을 것이다. 실밥을 절반만 뽑은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다. 목에 길게 박힌 스테이플러 심은 하나 걸러 하나씩 뽑았고 머리에 박은 심은 모두 제거했다. 나머지는 오늘 제거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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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은 실밥을 모두 제거하면 사실상 치료는 종료되는 셈이다. 이후 치료는 재활 치료. 대학병원이라 장기간 입원 재활치료는 불가능하다. 1주일에서 길어야 2주. 이후 외래나 타 재활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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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재활 병원을 찾아보았다. 조금 당황했던 것이, 재활 전문병원도 재활 치료 시간이 하루 4시간 남짓이었다. 오전 오후 각각 2시간 정도.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2시간도 있었다. 최대 하루 4시간이면 현재보다 1시간 30분 늘어나는 셈이다. 그렇긴 해도 매우 짧았다. 하루 종일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형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하는 말. 하루 종일 하려면 그건 오히려 돈 받고 해야 한단다. 노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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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병원비 중간 정산 문자가 날아왔다. 입원비와 수술비 등 걱정했던 것만큼 많은 비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는 역시 세계 최고. 더욱이 형님에게는 우리도 몰랐던 실손보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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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진단명은 경 추후 종인대골화증으로 인한 척추 협착증이다. 서류를 본 것은 아니고 의사의 말을 기록한 것이다. 진단명이 중요한 이유는 재활병원 때문이다. 진단명에 따라 재활병원이 급여가 될 수도 있고 비급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척추협착증은 비급여. 재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일상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비급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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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병원에 따라 약간의 차이도 있고 하루 재활 치료 시간에 따라 금액이 많이 달라지지만 비급여는 최소 230에서 390만 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것도 실손보험으로 가능하다는데, 설계사의 이야기고 혹시 추후 보험금 청구했을 때 대상이 아니라고 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긴 한다. 물론 이건 재활 병원에 입원했을 경우의 금액이다. 외례로 통원 치료를 한다면 이 역시 부담 없는 진료비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오래 재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법적으로 안 되는 모양이다. 하긴 재활병원으로 가야 비로소 나도 자유를 얻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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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제부터는 재활에 대한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충분히 재활치료를 받아서 불편 없는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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