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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rid Nov 16. 2019

이것은 달리기 이야기가 아닙니다.

Jog On

정신 질환과 약물 중독을 다룬 영화는 많이 있지만, 내가 기억이 나는 건 1996년 작의 "트레인스 포팅"이다.


*트레인스 포팅의 제목이 왜 트레인스 포팅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 와 친구들은 하루하루 약에 절어 지내는 방황하는 청년이다. 기성세대들은 이들에게 정상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라고 압박하지만 이들은 도무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일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는 청년들의 사회 부적응자로서 낙인 되는 과정과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아주 실감 나게 표현된 영화다. 약물에 빠진 사람의 상태 묘사가 정말이지 끝내준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침대가 빙글빙글 돈다거나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등.

https://youtu.be/9fKHea9T-ss

#Jogon #시작하기엔너무늦지않았을까 의 저자 벨라 마키는 정신적으로 자신에게 병이 있음을 인지하는데 이십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글로만 봐서는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


만약 나에게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지라도 스스로 인정하는 건 매우 아주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진짜 문제가 없으려나?)


저자 벨라 마키는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10대 시절 20대 시절을 힘겹게 보냈고, 약물에도 의존했으나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정상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정신적 어려움은 평생을 함께 동반해야 한다고 본인도 인지하고 있음이 나로서는 너무나 대단해 보인다.


저마다 아픔이 있다.

책 중간중간 "영국인의 100명 중 x 명은.. 영국인의 1000명 중 xx 명은  ㅇㅇㅇ한 문제가 있다."등 통계를 언급하는데,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영국인(사람들)'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  정신건강에 대한 진료가 아직은 영국보다는 활발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정확도 높은 통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고,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의 정신건강 문제를 나 혹은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나의 어릴 적 시골 생활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시골마을에 뭐가 그리 스트레스받고 힘든 일이 있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소밥이나 주고 전원생활 좀 하다 보면 웰빙생활이지 뭐~"라며 쉽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은퇴 후 섣부른 생각을 갖고 시골에 내려가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뜯어말리고 싶다.)


'우울함'이라는 건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도 있겠지만, 오늘과 똑같은 혹은 그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내일에도 계속 매일 반복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단정 짓진 못하겠다. 난 전문가도 아니고, 발생 원인도 워낙 다양하니까..). 매일 지겹게 반복되는 시골의 힘겨운 노동과 미쳐버릴 것 같은 지루함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고 희망을 꺾어버린다. 그 때문인지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이웃집 어르신들은 틈만 나면 술독에 빠져서 인사불성 상태가 되거나, 농약을 물처럼 마셔 자살 시도를 하고 때로는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는(?) 사례도 보았다.


나 역시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에 지치고 (적도에서 일했기 때문에 해 뜨는 시간 해지는 시각도 계절도 일 년 내내 똑같았다.), 우울해하며 미소를 잃고 사는 순간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기가 있다(지금도 가끔). 잠깐, 금전적인 보상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우울함(혹은 슬럼프)과 더불어 삶과 대해 깊이 생각하던 시기에는 나에게 제법 큰(?) 보상도 그리 도움이 되진 않았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그저 허상과 같이 보였다. 그걸로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환경 때문일지도...


 벨라 마키 역시 정신적인 어려움은 겪었을 테지만,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상황과 영국에서 그래도 제법 괜찮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유추해 본다면 말이다.)


우리에겐 탈출구가 필요하다.

내 삶에 어떤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갇히면, 극도로 좌절하고 우울해하며 삶이 아름답지 않다고 느껴진다. (아주 부정적이고 반자아가 나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삶의 선물 같은 아주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생활에서 아주 작은 변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며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따사로운 햇살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들판을
바라보기도 하고,

비가 추적추적 오늘 날엔
질퍽한 흙도 밟아 볼 수 있는
찰나의 여유가 우리에겐 때때로 필요하다.


벨라 마키는 그 답을 아주 우연하게 '달리는' 행위에서 찾은 것 같다.

  

아무 변화도 없을 것 같았던 생활에서도 변화는 늘 곳곳에 있었다 at Papua New Guinea

This is not about the Running


어찌 보면 달리기의 위대함에 대해 쓴 책처럼 보이지만, 나에게는 그간 두려워서(정신적인 어려움 때문에?) 시도해 보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한 아주 아주 아주 작은 반항처럼 읽힌다.


이건 반드시 뛰어라!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라고 세뇌하는 책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벨라 마키, 그녀의 평범해지려는 발버둥 치는 노력이 그저 달리기로 발현되어 그간의 고통들이 조금씩 치유된 것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달리기로서 엄청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결로은, 사람마다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운동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내가 좋다고 너도 좋아할 거야"라고 강요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내가 얻은 교훈은, 벨라 마키가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아주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설정하고  마음먹은 순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이건 어느 분야에서건 통용되는 방법인 것 같다. 독서든 운동이든 업무에서든.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탈출구는 산악 자전거이고(나의 최고 자아 산과 관련된) 이전보다 더 즐기기위해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얻고자 하는 기술을 미세한 단위로 쪼개고 연습(실행)을 시작했다. 근 10년간 아무런 실력 향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좌절을 몇번이나 했던지..), 요 몇 주간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하루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습을 했더니 실력이 아주아주 조금씩 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앞바퀴를 드는 동작이 제법 익숙해졌다. (영상 참조?!)


자전거 앞바퀴를 드는 기술인 윌리를 연습하기 위해 세부 단위로 쪼갠 후 연습한다.                                


계획하고 실천하면 성취를 곧장 할 것 같지만..But..


벨라마키가 그랬던것 처럼.. 약간의 성취를 위해서 조차 보이지 않은 수많은 실패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혼의 반쪽(아내)과 같은 취미(=영혼을 위한 탈출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전거를 좋아하고 반쪽은 수영을 더 좋아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함께하면 더 좋으니까?! 그리고 조금 더 풍성한 우리의 삶을 위해 이번 기회에는 좋은 운동화를 둘이 함께 구매해서 뛰어보려고(혹은 걷거나?) 한다. 거리로든 산으로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513624


https://blog.naver.com/newjojo86/22167906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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