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이동
사회 비주류의 차별과 억압을 그린 영화 '조커' 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조커'에 열광하는 것은 지금의 사회가 대중이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조커'를 보던 도중 영화 '택시 드라이버'(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주연-1989년작)를 떠올리는 장면이 있었다.
'조커' 영화 초반에 호아킨 피닉스가 권총을 손에 넣고 홀로 방 안에서 폼을 잡다가 오발을 내는 장면이 있다. 오마주 된 건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바로 택시 드라이버의 이 장면이 되겠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권총을 들고 온갖 폼을 잡으며 "You talking to me?_뭐라고 씨부렸냐?" 라는 대사를 읊조린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로버트 드 니로, 호아킨 피닉스)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비주류다. 불쌍하리만치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지 영화 내에서는 너무나 잔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권총을 드는 순간은 마치 자신이 영웅이 된 것처럼 현실과 다른 사람인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리고 영화 종반부에는 실제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영웅?) 사람이 된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때
때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 척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연습이 실제로 두려움을 없애고,
원래 내가 그랬던 것 같이 되곤 한다.
Copy 가 Original을 넘어선 것이다.
사회에서 내팽개쳐진, 관심 밖의 부류인 영화 조커에서의 호아킨 피닉스와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는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개인이 사회시스템과 타인의 모멸에 의해 타락하고 대중을 광기로 몰아넣어 하층민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정교하게 묘사한 영화 '조커'
그리고 사회에 반감을 갖고 있고, 창녀를 구해야 한다는 망상에 빠져지내다.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지만 결국 창녀의 포주를 죽이고 그토록 싫어했던 사회에서 영웅으로 취급받게 되는 이야기 '택시 드라이버'
의도하진 않았지만, 두 주인공은 자신이 소외받던 사회에서 주목을 받는 주인공이 되고 만다. 스스로 원하든 원치 않았든 말이다.
(서글 서글해 보이는 로버트 드 니로가 얼마나 멋진 배우인지 궁금하다면, 택시 드라이버는 꼭 봐야 한다.)
조커 리뷰 중 단연 으뜸인 한 줄 리뷰가 있다. 나는 이 한 문장이 사회를 구성하는 '신뢰' 가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졌고, 한편으로 너무나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지만,
포기하고 내려갈 때는 너무나도 빠르고 즐겁다
조커 리뷰 중
우리 인간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의 기반인 법과 제도, 치안, 금융, 자본주의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는 상호 신뢰 없이는 아무런 효과도 낼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만 원을 들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기대한 음식이 나올지 아니면 내가 만 원을 내지 않고 도망갈지 모른다면 '거래'라는 행위가 성립할 수 없지 않겠는가. 아니 애초에 만 원이라는 가치 자체도 '신뢰'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는 인간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기틀이다.
도서 '신뢰 이동'에서는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하는 제도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왔고, 반대로 사회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쉽게 깨어질 수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은 너무나 고단하고 힘들다. 영화 '조커'에서도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호아킨 피닉스처럼, 현대 사회는 너무나도 많은 희생과 문제들을 넘어서며 현시점까지 기어올라왔다.
그런데 영화 '조커'에서도 사회의 최상위층에서부터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시작되어, 대중은 더 이상 사회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혼란으로 치닫는다.)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도 언제나 신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최상위층에 의해 사회의 혼란이 (=위기) 왔다. (ex 세계 금융 위기) 그리고 사회 혼란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런 중앙집권적 신뢰 체계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지금의 사회는 분산적 신뢰 형태로 이동 중이다. (공유경제 체제도 신뢰 이동의 일부라고 봐야 할까?) 예를 들어 블록체인.
'신뢰 이동'에서는 역사적으로 신뢰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고 언급된다.
1. 지역적 신뢰 : 소규모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누군가, 우리에게 친숙한 사람에게 향하는 신뢰.
2. 제도적 신뢰 : 지도자와 전문가, 브랜드로 견고해지고 법원과 규제 기관과 기업 같은 기관과 중개인을 통하는 신뢰 (예를 들어, 은행이 저축을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고 신뢰하는 것)
3. 분산적 신뢰(현재 초보단계) : 개인들 사이에 수평으로 오가고 네트워크와 플랫폼과 시스템을 통해 가능한 신뢰.
내가 처음 지금의 회사의 면접을 봤을 때 받았던 질문이 떠오른다.
'자율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해보라'
나는 당시에
'자율과 책임은 신뢰를 기초로 하고 있고, 신뢰 없이는 자율과 책임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말하는 신뢰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질문 있었다.
'신뢰는 작은 약속을 지키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공공의 질서를 지키는 것.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주어야 할 때, 내리가 편한 장소가 아니라, 당장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공공의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곳에 내려주는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