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막 퍼지기 시작했을 때, 역주행하던 영화는 '컨테이젼'이다. 나 역시 이미 '컨테이젼'을 보며 현재의 상황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진짜로 세계로 확진이 퍼질까?라는 의심을 잠시 했다. (현실이 되었지만.)
그런데 지금은 영화 "컨테이젼" 보다 정말 예전에 읽었던 "눈먼 자들의 도시, 눈 뜬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가 자주 연상된다. 이게 현재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내가 염려하고 있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의 상황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어떤 이유도 없이 사람들이 장님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전염병과 같이 모두가 앞을 보지 못하게 되고, 도시는 통제를 잃게 된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 19는 오늘 기준 (20년 3월 14일) 14만 7천 명의 확진자, 5천5백 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발생국인 중국 이외 가장 위협받고 있던 대한민국은 금일 기준 8천 명의 확진자 보유국으로 세계 4번째로 밀려나 있다. 스페인의 확진자 증가 추세로 이번 주말(3월 15일)을 지나면, 대한민국을 밀어내고 스페인이 4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몇 주 전만 해도 마치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취급하던 유럽연합은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시기를 놓쳐 초토화되어있다. 이탈리아 확진자가 수십수백 명으로 솟구칠 때조차 거들떠보지 않던 스페인은 현재 가장 빠른 확진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그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국경도 없는 인근의 이탈리아 북부가 초토화되고 있는데도, 스페인 정부뿐만 아니라 대중은 마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미세먼지가 없으니 마스크 생산설비도 없을뿐더러, 아픈 사람들만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수많은 문명을 정복했던 당시 사용했던 전염병(말라리아 등) 그리고 유럽 인구가 싹쓸이당하던 (페스트) 시기를 완전히 잊은 듯하다. (참고: 총 균 쇠, 모기)
의심 환자로 분류되어 검사를 진행하고 싶어도 쉽지 않고, 검사를 했더라도 결과도 결과가 나오는데 까지 수일이 걸린다. 그러니, 지금 보이는 숫자는 오늘까지의 누적 확진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확진자들의 동선 파악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사람으로부터 전염되었는지 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다.
3월 8일 여성의 날 기념 행사을(약 12만명 집회) 강행한 것만 보아도 심각성을 정부조차 며칠 전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능한 정부란 이런 것을 말한다. 함께 일하고 이는 스페인 현지인들에게 몇 주전부터 물어보아도 큰 걱정 없이 사는 느낌을 받았다. 정부와 언론에서 도대체 어떻게 떠들고 있길래, 대중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인가.
정부는 뒤늦게 3월 11일부터 학교 및 유치원을 폐쇄하였고, 이에 따라 기업들도 자택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제 도시 봉쇄까지도 몇 시간 채 남지 않았다. 마트에 식료품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긴 하지만, 시 외곽이라서 그런지 거리의 사람들은 아직까진 평온해 보인다.
종합해 보았을 때, 이들은 시스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되어있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이런 면에서 상당한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구제역, MERS, SARS, 조류독감과 미세먼지, 세월호 등의 사고를 겪으며, 환자들의 동선 파악, 긴급 재난 문자 알림, 무료 검사, 빠른 검사체계, 집중치료시설 확보, 방역 등의 시스템을 만들어 둔 것이다.
이탈리아는 선별적 치료에 돌입했다. 사망자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중환자 모두를 돌볼 여력이 없다는 것이고 이 말은 환자 중 회복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선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 인구가 사망률이 높은 것 역시 나이가 단순히 많아서인 것 같지만, 선택적 치료에 의해 사망확률이 더 높아진 것도 한 몫 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조치를 비난만 할 수 없다. 제한된 자원으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물론 사전에 좀 더 철저했다면...달라 졌을 것이다. 정말일까?) 한 사람의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 여분의 모든 자원을 투입한다면,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정도 망가질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이탈리아의 선택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믿는다. 참고: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과 의료진, 전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아직까지 이탈리아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은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인지 혹은 여러 국가의 상황을 비교하고 있기 때문인지, 국내에 있으며 당면한 현상만 바라볼 때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 결말은 영화 "컨테이젼"과 다르다. 인간은 전염병을 극복한다는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눈을 뜨게 되고, 그저 그 사건들을 잊고 지내게 된다. 물론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그리고 몇 년 후, 도시에 눈 뜬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에 조용히 반기를 든다.
패러다임은 변할 것이다. 바이러스에 대비가 잘되어 살아남는 국가는 더 많은 신뢰를 얻을 것이다. 대처가 늦었던 국가는 상대적으로 회복하는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고 판단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대중의 신뢰도 포함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전염병)으로 국가의 신뢰(신용)가 깨어지는 것이 정말 짧은 시간에 이루어 짐을 요즘 실감한다. (보이지 않는 적이 정말 무섭다..)(참고: #신뢰이동)
앞으로 예상치 못한 전염병 혹은 다른 사건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그리고 얼마나 큰 충격이 세상에 가해질지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이 블랙스완이므로... 100% 대비책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우선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지금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 (물론 완벽할 순 없다. 계속 보완이 되겠지만.)
예상치 못한 엄청난 충격이 왔을 때를 내가 대비할 수 있는 행동은
1. 정보를 취합하고 상황을 분석한다.
2. 원칙을 세운다.
- 필요: 반성적, 통계적, 맥락적, 시스템적, 재무적 사고
- 분야: 건강, 가족, 관계, 재정, 미래, 성장
3. 실행한다.
4. 기존의 원칙을 보완 및 개선한다.
그러므로, 현재만을 생각하고 무력하게 있기보다, 다음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