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대통령이 사라졌다.
소설 '대통령이 사라졌다'에서 테러리스트의 최종 목적은 '돈'이다. 마치 자신들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미국을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후를 살펴보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견제하기 위한 상대 국가들의 공작이었다. 테러리스트는 그 상대 국가들에게 막대한 '수고비'를 받는 조건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미국을 위협하면서 '수고비'를 받을 수 있을까?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무너지면, 시중에 깔려있는 셀 수 없는 정도의 '달러'는 폭락하게 된다. (미국의 상대 국가들이라고 해도 '달러'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면 테러리스트들을 고용한 배후 국가들도 경제적으로 온전하진 못할 텐데...? 달러에서 독립하여 미국으로부터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가져온다고 해도 시간이 원데이 투데이 걸리는 게 아닐 거다.
둘째, 과연 테러리스트들을 살려둘까? 사이버테러가 미국에 통했다는 것은 상대국가들에게도 언제든지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이 테러리스트들을 살려 둘 것인가? 자신들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지우기 위해서 혹은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지구 상에서 이들의 흔적을 지워버릴 확률이 높지 않을까?
결론. 테러의 목적과 그 규모를 봐서는 선을 넘은 거다.
돈은 국가의 신용이다. 신용 자체를 붕괴시키는 행동을 한다고?
국가 안보가 눈앞에서 위기가 펼쳐지는 와중에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떠드는 인물들은 정치질 하기에 바쁘다. 대통령은 눈에 불을 켜고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바쁜 시기에 불필요한 정치 싸움까지 신경 써야 하니 얼마나 많은 짜증과 답답함이 몰려들었을까. 눈앞에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가 있음에도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으며, 관료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문제와 상관없는 쓸모없는 헛소리만 하고 있으니... 소설임에도 왜인지 현실과 닮아있었다.
나는 리더가 아닌데도 현실은 너무나 답답하다.
회사 역시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더 많아졌다. (곧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갈 거라 예상된다. 낙하산을 Dalla, Tal chul Ha Ja.) Project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전히 시간을 쏟아부어도 부족할 판에 사내 정치를 위해 불필요한 보고와 자료를 요구하는 상위부서들과 임원들... 이제는 이골이 날 지경이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해결에 대한 조언은 받을 수 없으며, 문제에 대한 문제점 제기와 그에 따른 방안을 다시 요구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꼴이다.
마치 경기 순환의 침체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참고 레이달리오_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 13분 19초 )
한 가지 소설과 현실이 다른 점 이 있다면, 3일 만에 문제를 해결하는 소설과 다르게 현실은 몇 년째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다. 소설은 위기를 극복하고 사라져 있던 시간 동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는지 국민과 정부 최고 관료들에게 모두 공개한다.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대통령은 이렇다'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속의 대통령은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현실의 리더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니 애초에 있었던 것일까? 코로나로 부수적 업무가 많이 생겨났다. 불필요한 의견 충돌과 온갖 전망 자료들 전망을 설명하는 보완자료와 보고들로 할 일 목록이 가득하다. 많은 시간을 갈아 넣고 있지만 어떠한 해결책도 가치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시간을 마른걸레 쥐어짜듯 짜내 보아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원들은 좌절하고 포기하는 시기에 이른다. 리더는 사라졌고 이제는 조직원들도 사라질 지경이다.
우리를 구원해줄 리더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 누구도 공감해 주지 못할 거란 걸 안다. 소설의 대통령은 건강에 심각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들은 그걸 약점으로 삼았지 동정하거나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
우리가 처한 현실 역시 그렇다. 그들에겐 내가 처한 개인적/업무적 문제는 하찮아 보일 수 있고, 관심 밖일 것이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극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가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혹은 건강상태가 어떤지 이야기를 꺼내면 상대는 잠시 귀를 기울여줄 순 있겠지. 그러나 큰 공감을 기대하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줄 거라 생각하지 말자. 해결은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으며, 견뎌야 할 고통 역시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