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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청서 Mar 29. 2023

[치아파스#3] 멕시코 비포장도로를 달려보자

그리고 목청껏 외치자, TOPE!!!

치아파스 로드트립을 계획한다면, 이것 한 가지만은 꼭 염두에 두라고 말하고 싶다.

나 같으면 절대 밤에 운전 안 한다.

우리는 하루 110km 내외, 시간으로 따지면 2-3시간 내외의 일정을 잡았다 (마지막 날 팔렌케-산크리스 제외). 낮에만 운전하고, 혹시나 모를 일들에도 여유 시간을 두기 위해서다.


커버 사진이 보이시는가. TOPE(토페)라고 쓰인 도로. 과속 방지턱인데, 크기도 제각각이며 이렇게 친절하게(?) 방지턱이 있다고 표시해 주면 감사하다. 몇몇은 흰색이나 노란색 페인트로 색칠해 놓았지만, 커버 사진처럼 아무 표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 사인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게 봤다. 코너를 돌았는데 갑자기 나타날 때도 있다. 짝꿍이 계속 운전했는데, 나는 조수석에 앉아 줄곧 TOPE를 노래했다. 가끔 갑자기 나타나면 샤우팅으로 바뀐다. 이놈의 TOPE 때문에 급정지한 적이 몇 번 된다. 마을이 나타난다 싶으면 TOPE를 예상하시라. 허허벌판에 저 멀리 오두막이 서 있는 게 보이면, 바로 TOPE 옆일 가능성이 많다. 모두 멈춰야 하니까, 이만한 홍보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가. TOPE 위는 현수막을 걸기 가장 좋은 곳이고, 또 가끔은 과일이나 먹을거리를 팔러 주민들이 (많은 경우 아이들이) 달려오기도 한다. TOPE로 속도를 줄였다가 마을 자원 소방대에 기부를 하기도 했고, 따로 포스팅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가끔 거두는 통행세를 내기도 했다.


TOPE 뿐만이 아니라, 산과 정글로 이루어진 이 지역은 굽이친 산길이 많고, 갑자기 움푹 파인 도로도 있고, 비포장 도로도 심심치 않게 있다. 과테말라와 국경을 마주한 쪽은 반듯한 일자 도로에 정비도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도로 상태는 좋지 않다. 그러니 운전할 때 한눈팔지 마시길!


그래서 치아파스를 운전할 때는 이 지역 로컬을 따라가는 게 제일이다. 물론 그 로컬이 너무 빨리 운전하지만 않는다면... 커버 사진은 이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Collectivo (콜렉티보). 주요 도시들을 왕복하는, 고속버스의 느낌인데 내리거나 타는 사람이 있지 않는 이상 쭉 달린다. 가끔은 매우 빨리 달리니 무턱대고 따라붙지는 말자. 하지만 이 지역의 도로 사정은 훤히 아는 게 콜렉티보들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알아두어야 할 점은, 치아파스에는 주유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로드트립을 하기 전 주유소 위치를 꼭 확인하자.

대도시에는 Pemex 같은 주유소들이 있는데, 많은 마을들에는 주유소가 없다. 그렇다고 기름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주유소에 있지 않을 뿐. 무슨 말이냐고요.

치아파스 길거리 기름집

위 사진처럼 길거리에서 기름을 팝니다. 자세히 보시면 기름을 넣을 수 있게 호스도 있어요. 대부분 오토바이나 모토택시(오토바이 택시)들이 이런 기름집에서 주유하는 걸 종종 보았는데, 우리는 브랜드 정유소(..)에서 주유했기 때문에 여기서 긴급 주유할 일은 없었다. 어느 블로그에 의하면 훔쳐온 기름이라고도 하는데, 그러기에는 이런 길거리 주유소가 너무 많이 보였다. 마을이 보인다 싶으면 이런 기름집이 한가득 도로변에 줄지어 있다. 기름도 종류별로 판다. 디젤, 프리미엄, 보통 등등.


한 가지 알아둘 점은, 국경 쪽이고 치안/정치적 요소 때문에 검문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산크리스 주변으로 검문소와 경찰/군인들이 꽤 보였고, 또 라스 누베스에서 과카마야스로 가는 쪽에 한 번 군인 검문소가 있었다. 여기서는 차 트렁크를 열어 보여 주었고, 군인들이 퀄리티 컨트롤 차원이라며 휴대폰으로 검문 과정을 비디오로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아서 동의했다. (동의 안 한다고 했으면 더 빡센 검문이었을까? 모두들 기관총을 두르고 묻기는 했다.) 산크리스 주변의 경찰들에게  외국인 관광객은 프리패스인지, 우리는 세우지 않고 로컬로 보이는 사람들의 차만 종종 세워 검문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과카마야스에서 나가는 비포장 도로를 가며 찍은 30초의 비디오. 앞서가는 택시를 따라가며 움푹 파인 구덩이와 마주 오는 오토바이들을 피해서 운전하는 건 흡사 비디오게임 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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