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묵혀둔 책들이 보인다.
이전에 나는 책을 사면 책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이 생긴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실 그 책을 사놓고도 읽지 않는 내가 만든 그럴싸한 핑곗거리가 아닌가 싶다.
언젠가 읽을 거야, 난 저 책을 직접 샀고 책임감이 있으니까.
라며 회피한다거나...
읽지 않아 그저 그 자리에서 며칠, 몇 개월, 몇 년을 내방 책장에 꽂혀있는 저 책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내가 읽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녀석들이
그래 네가 나한테 책임감이 있으면 어서 읽어. 라며 그 존재감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읽을 거야, 이번엔 진짜야.
다 읽고 너네 다 입양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