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은 내가 소중히
내 물건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싫다.
물론 나도 남의 물건을 가볍게 여기거나 함부로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사서 쓰면 그만이고, 저 사람이 갖고 있어 좋아 보이는 물건도 나한텐 별 쓸모가 없을게 뻔하면 그 물건엔 마음을 두지 않는다.
간혹 정말 탐이 나는 물건이 있을 땐 빌려달라기 보단 어디서 파는지를 물어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에도 실용적인걸 택하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야 할 때도 예뻐 보이는 것보다 진짜 필요한 걸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끔 선을 넘고 내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끼다 똥 되는 건 나도 잘 아는데, 그렇다고 매번 아끼는 건 아니고 그저 나 혼자 쓰려고 아껴둔걸
마치 '네가 안쓰니까 내가 대신 써줄게.'라고 하듯 내 물건을 함부로 사용한다.
그럴 땐 정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단전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그건 기회다. 손절할 기회.
한 번은 이랬던 적이 있다.
회사에서 친한 경리가 사용하는 향수 냄새가 너무 좋아서 어디 거냐고 물으니 그 친구가
"아, 세빈님 혹시 이거 사실 거예요? 샘플로 받은 30ml짜리가 있는데 그거 줄까요?"
늘 그렇듯, 이런 상황에선 거절이 미덕인 것을...
그리고 사실 사무실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덥석 받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거절을 하자 건너편 직원이
"그럼 그거 나 줘요!"라며 경리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남의 물건을 탐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렇게 물욕에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운 게 아니라, 선의로 무언가를 베풀려는 사람이 느낄 당혹감을 바라보는 게 괴롭다.
그 이후에 나는 향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바디 스프레이를 구매해 사용했고, 그 친한 경리와는 퇴사 이후에도 만나며 종종 그 향수 사건을 이야기한다.
어쨌든, 그때 거절하길 참 잘했고 욕심내지 않은 나에게 스스로 칭찬한다.
역시 남의 물건에 대한 욕심은 버리는 게 좋고, 필요한 건 그냥 사서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