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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빈 Sep 18. 2020

겨울 냄새가 나.

여자의 촉보다 날 선 아이의 후각



부쩍 쌀쌀해진 아침이다.

등굣길을 나서던 큰 아이가 현관문을 열면서 겨울 냄새가 난다고 했다.



- 겨울 냄새가 뭐야?

- 겨울 냄새 몰라? 눈이 올 때 나는 냄새 있잖아!



나는 그저 낮아진 온도와 쌀쌀한 바람으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는데,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방법으로 아이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냄새’ 하니 또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최근 외할아버지 집에 놀러 간 아이가 할아버지 방에 있던 인형을 하나 얻어왔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아이는 말했다.


- 인형에서 할아버지 냄새가 나. 이제 외할아버지 보고 싶을 때마다 인형 냄새 맡으면 되겠다!




나는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숱한 장면들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이가 더 어릴 적 어리다는 이유로 기억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가족 여행이나 이미 지나쳐버린 계절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외할아버지를, 꼬박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가을과 겨울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를 어떤 냄새로 기억할까?

가장 편안한 냄새로 남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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