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Find Home 이라고 카카오톡의 상태메세지를 설정해 놓은지 최소 5년은 지난 것 같다. 언제 설정해놓은 것인지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니. 한국을 처음으로 길게 떠나면서는 분명 나는 나의 집을 찾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곳. 그 곳이 내 집이다.
한 때는 그것이 어느 나라이려니,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려니, 문이 열리는 곳일까, 또 시간이 지나서는 공동체,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이미 있는 곳인가 하는 생각에 사람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나의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생기면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집을 찾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꽤 오래 했었다.
‘왜 집을 밖에서 찾나요? 외국 다 똑같아요, 사람 사는 곳 거기에서 거기에요,’ 하는 질문들에는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저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지내기엔 제가 피로도가 너무 높네요. 다양성도 부족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잘 못하는 이 한국사회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다른 길을 가는 나에게 끊임없이 나를 설명하라고 물어보는데, 그게 궁금해서 물어보는게 아니더라고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나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판단하니까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곳을 자꾸 찾게 돼요. 애초에 다양성이 부족하기에 그럴 수 있다 해도, 계속 설명하는 것 자체가 지겹다를 넘어서 피곤함으로 다가와요. 물론, 내 사랑하는 조국의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만.”
2024년 11월 10일,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사놓고 집을 찾았냐는 질문에 나는 가장 중요한 내 집을 찾았다고 할테다.
내 집은 바로 나다.
내 몸과 마음, 내 정신과 영혼이 바로 나의 집이다.
나의 모든 진심을 담아서 내 스스로에게도 들려준다.
나는 나의 집이다.
내가 어느 곳에서든 내가 될 수 있게 나를 돌보고, 보호하고, 표현하고, 아껴주고 또 사랑하는 내가 되었다. 이전에는 지금만큼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난 십년간 나는 더 잘 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여전히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만, 인간인 이상 어찌 그 영향이 없을 수 있나. 나는 나를 위한 환경과 주변 사람들을 선택하며 또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지난 십년간 자라나서, 더 단단하기도 더 부드럽기도 한 사람이 되었다.
나의 노마드 생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에 내 공간을 마련할 생각도 있지만, 그 곳이 베이스(base, 기지) 이상의 어떤 의미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친구들이 재미있는 계획들을 공유해줘서 그 계획들을 함께 실행하는 과정 중에 있고, 아이디어로 꿈으로 머물러 있던 나 혼자만의 계획들은 실체를 만들어나가는 작업들도 하고 있다. 여름에 친구들과 미국 독립기념일을 보내러 갈 예정이고, 스위스나 프랑스 알프스에도 다시 갈 생각이다. 친구들의 초대장은 발리, 멕시코, 스페인 곳곳에 퍼져있다.
내 친구 킴제이는 나에게 말했다.
도동실 지구에 써니가 자라고 있다네~
써니는 지구를 가르며 바람을 타며 자신을 살고 있다네~
도동실 지구 목걸이를 걸고 오늘도 날고 있다네~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언제까지 할 거냐는 질문에 나는 이 생활이 나를 나답게 살게 하는 동안에는 이 삶을 선택할 거라고, 이 생활을 멈추게 되는 때는 이 생활이 나를 나답지 못하게 하는 때가 될 것이라고 답했었다.
'나는 나를 제법 잘 사랑하고 있구나' 하게 되는 그 지점까지 닿는 여정이 너무나 당연하게도 누구나가 다 다르다. 잘나가는 순간도 아닌 순간도 있는데, 모든 순간에 나는 나와 함께 있으니, 그 모든 순간에 나는 나를 아껴주기로 다짐하고 결심하고 또 나를 계속해서 그렇게 선택하는 순간들이 모여서 나 스스로를 향한 나의 사랑은 완성되지 않나 한다. 그리고 디지털노마드 생활양식은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도와주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사랑은 결정이고, 선택이다. 내 디지털노마드 생활이 어찌 장점과 행복만 넘쳐나겠나. 나라는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러는 중에도 단점도 봐주고 아이고 이런 귀여운 단점도 있네, 아이고 이런 건 창피하지 그래 뭐 어쩌겠어 창피한건 창피한거지. 그래도 이만하면 잘했다 하고 보듬고 스스로를 안아주는 시간들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디지털노마드라는 생활을 통해서.
나누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나의 이야기를 읽어준 모든 이들도 도동실~ 하는 순간들이 모인 하루를 보내길, 그런 하루들이 가득한 삶을 살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비행기표를 찾아본,
임희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