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마드 써니입니다.
연재를 마치며 어떻게 브런치에 연재를 하게 되었는지를 적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에필로그를 쓴 이후에도 따로 글을 쓰게 되었네요. 지금 이 글은 2025년 4월 16일에 프랑스 시골에 아직 오픈전인 코리빙에서 쓰고 있습니다.
2024년 7월에 세르비아에서 2주간 써 내려간 초고를 출판사에도 몇 군데 돌려봤는데, 거절을 받았어요. 거절을 받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까지 받은 거절 중에서 제일 기분이 좋았어요. 내 글을 검토해 주다니! 그리고 거절을 정성스레 이메일로 보내주다니! 그냥 아무 대답도 없는 경우가 더 많다던데. 이미 살면서 거절은 방향을 바꾸는 신호라는 것을 배웠고, 저에게는 항상 열리는 문이 아닌 닫힌 문이 시그널이었기에 거절은 너무나 신나게 받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절을 당했으면 고쳐 써서 다시 보낼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렇잖아요? 막상 초고를 다 쓰고 난 이후에 나는 너무나도 현생을 사는 데에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아서, 도저히 초고를 다듬어서 다시 출판사에 보낼 여력이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2024년에 8월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콘서트를 보러 영국에 갔고, 9월에는 프랑스 알프스에 돌아갔고, 11월에는 내 몸을 돌보기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꼬박 모은 마일리지로 편안한 비즈니스 좌석 항공편을 사서 한국에 돌아왔고 가족들과 김장도 했고요. SAS Million Miles Challenge 를 알게 되어 3주간 한국에서 출발해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여행도 했습니다. 항공마일리지 백만 마일을 처음 찍었네요. (야호) 그 후에는 2025년 설에는 한국을 다시 떠나서 과테말라에서 두 달을 보냈습니다. 어느 장소든지 이야기가 가득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가득한 이야기 중에 초고를 퇴고하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버렸어요. 훨씬 더 재밌는 것들이나 내가 쑥쑥 자랄 수 있는 기회들을 안 놓치다 보니, 내가 중요한 삶이 그렇죠 뭐. 그렇게 되더라고요.
'초고를 계속 묵혀두면 안 되겠다, 다시 쳐다보고 읽어나가면서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테말라에 있는 동안 초고를 발행할 플랫폼을 고민하다가 브런치에서 일단은 연재를 해보면서 생각해 보자고 결정하고 초고를 챕터로 나누어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4월인 지금은 다시 프랑스로 왔네요.
그저 한 번에 읽기에 괜찮은 분량으로 나누고 사진을 추가하는 것인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더라고요. 그래도 최대한 부담 없이 꾸준히 써놓은 내용들만 일단은 올린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그랬더니 영감이 다시 절 찾아왔어요. 어떻게 퇴고를 하고 싶은지, 제목과 부제는 어떻게 바꾸고 구성은 어떻게 달리해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더 깊고 뾰족하게, 더 파고들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즐거운 순간이 왔습니다.
지금 프랑스 시골에서는 4월을 보내는데 풀타임으로 일을 다시 하게 된 데다가 친구가 오픈하는 코리빙을 준비하는 일을 같이 하고 있어서, 정말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5월부터는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서 퇴고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공모전부터 출판사 기고까지 많은 문을 두드려볼 예정이에요. 그래서 올해 안에는 책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5월부터 8월까지는 야외로 클라이밍을 많이 나갈 예정이라 시간 내는 것이 어렵지 않냐고 머리는 말하지만 가슴은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럼 해내겠죠.
올해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일 년 치 일정이 벌써 꽉 차있습니다. 알프스에서 5월을 보내고 나면 6월부터 8월까지는 캐나다에서 친구들과 클라이밍을 만끽하면서 살 예정이고요, 9월에는 영국과 그리스에서, 10월과 11월은 스위스에서, 그리고 12월은 발리와 뉴질랜드에서 보낼 예정이에요. 참고로 저는 8월까지 퇴고를 마칠 겁니다.
여러분이 어디에서 이 글을 읽으시든 마음의 평안을 빕니다. 눈을 감을 때에는 오늘 하루가 행복했다고 미소 지으며 꿈을 꾸고, 아침에 눈을 뜰 때에는 오늘 하루는 또 무슨 즐거운 일이 있을까 하며 시작하는 삶이 되기를 기도할게요. 저에게는 그것이 디지털노마드의 삶이지만 읽으시는 분들은 또 다른 모습이겠지요. 밤과 아침, 그 사이의 순간들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바꾸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그대에게 있기를, 그 힘을 키우는 시작이 아직이라면 이 글이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번에는 책으로 만나기를 바라며,
조성진 콘서트 티켓을 또 예매하고 있는 써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