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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형식 Jul 30. 2018

잔느 딜망 / 샹탈 아커만

Jeanne Dielman, ... / Chantal Akerman

Jeanne Dielman, 23, quai du commerce, 1080 Bruxelles, 1975

Chantal Akerman


 과부인 잔느와 그의 아들은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아들이 학교에 가면, 그녀는 은행도 가고 장도 보며 이웃의 아기를 잠깐 동안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기도 하며 하루에 한 번 집에 찾아오는 남자 손님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며 돈을 벌기도 한다. 해가 지면, 아들이 집에 돌아오고 그들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잔느는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거나 뜨개질을 하기도 하며 아들과 함께 외출을 했다가 돌아와서는 잠을 잔다.


 이 집에서, 잔느는 엄마이자 주부이며 직업여성이고 또 잠깐의 베이비시터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이웃이다. 그 말은, 잔느는 맡아줄 아기를 기다리며, 매춘 손님을 기다리고, 아들을 기다린다. 이 집에서 그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기다리기인 것 같다. 그녀는 여자들을 위한 유일한 공간처럼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아주 잠깐 커피 한잔을 할 때 비로소 쉬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너무 짧다.


 이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세 번째 날, 어떤 손님과 기분 나빠 보이는 섹스를 하고서, 잔느는 그 남자를 가위로 찔러 죽인다. 그녀는 불이 꺼진 거실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녀가 여전히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라고, 우리는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어두운 밤, 깜빡이며 거실에 침투하는 거리의 다양한 네온 불빛들은 다방면적이고 다층적인 잔느의 정체성을 비추는 것 같다.


 영화 초중반에, 잔느는 캐나다에 사는 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그에 대한 답장을 쓰려고 하지만 잘 써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원제목이 잔느 딜망의 집 주소로 되어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잔느 딜망의 안부를 전하는 하나의 편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7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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