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만 1~2세 까지는 위험성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안전펜스 등 적절한 안정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근육, 소근육, 균형감각이 발달한 만 3세부터는 안전의식만 잘 심어준다면 큰 위험성은 없다. 오히려 오르내리는 과정을 통해 공간지각능력, 대근육발달, 균형감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은 3층으로 되어있는데, 지하 1층(작업실, 주차장), 1층(거실), 2층(방 2개)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면 지하 1층 작업실을 지나 야외계단을 이용해 1층 거실로 들어가야 하고, 방으로 갈 때는 거실에서 실내계단을 이용하여 2층으로 이동한다.
나는 주택을 짓기로 결심한 후 아이가 입체적인 공간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평으로만 이동하는 집보다는 위아래로도 이동할 수 있는 집에서 지낸다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디자인전공 아빠의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나는 공간이 우리의 삶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믿고 있었고, 그 생각은 아직 변함이 없다.
아내가 임신 중이었던 21년 4월부터 이 집에 살기 시작했고, 그 해 6월 아들이 태어났으니 우리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실내에서 계단을 이용하는 생활을 해야 했다. 사실 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는 스스로 이동할 수 없으니 아내와 내가 인간 에스컬레이터가 되어 직접 계단으로 이동을 시켜주어야 했다.
아내와 나도 계단이 있는 집에 적응이 덜된 상태에서 아이까지 업고 수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려고 하니 생각보다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이맘때는 아.. 아이를 좀 키워놓고 집을 지을걸 그랬나? 생각하기도 했다.
아들이 겨우 기어 다니는 시기까지는 직접 아들을 업고 이동시켰으니, 이때 까지는 계단이 큰 위험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다 아들이 뭔가를 짚고 일어서서 계단을 기어올라가기 시작하고부터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아내와 나는 아이가 혼자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못하도록 계단 위아래로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이 무렵 아들은 계단 오르기를 정말 좋아했다. 아들이 계단을 기어오를 때마다 아내와 나는 아이 뒤에 바짝 붙어 같이 올라가 주었다. 자기 스스로 올라가는 게 뿌듯했던지 아들은 한 칸씩 오를 때마다 뒤를 돌아보며 얼른 봐달라는 듯 활짝 웃음 지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보는 것 만으로 즐거웠다. 내가 아이를 이렇게 좋아했었나?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만 2세쯤에는 혼자 제법 잘 올라갔지만, 이때까지도 아내와 나는 아이와 함께 계단을 이동하며 지켜봐 주었다. 번거롭긴 했지만 주택에 살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계단에서는 꼭 펜스를 잡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일러주었다.
만 3세 무렵부터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폼이 꽤 안정되어 갔다. 이 무렵부터 아내와 나는 자연스럽게 아들이 혼자 계단을 오르내리도록 놔뒀고, 혹시나 하는 걱정도 점점 줄었다. 지금 우리 아들은 41개월이 되었고 계단을 아주 신나게 오르내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다 다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마지막 우려 때문에 2층에서 내려오는 계단 쪽에는 아직 안전펜스를 설치해놓고 있지만, 아내와 상의하여 25년 새해에는 제거할까 생각 중이다.
최근에는 아들과 집 뒷산 산책로도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성인 기준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인데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이 등산로에 가깝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이 도움이 되었는지 성인이 올라갈 때도 숨이 차는 코스를 꽤나 잘 올라간다. 30분짜리 산책 코스가 아들과 함께 하면 2시간 코스가 되지만, 2시간 동안 손잡고 걸으며 아이와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아들이 커가면서 집에서의 활동이 달라질 것이고, 아내와 나는 거기에 맞게 공간의 쓰임을 계속 고민할 것이다. 아무쪼록 아들이 커서 우리 집이 조금은 특별했음을 기억하고, 특별했기 때문에 성장과정에서 기억되는 추억들이 풍성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