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의 기억력을 만드는 아들의 가장 수다스러운 학습법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다시 잠들 때까지, 아들의 입은 쉴 틈이 없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모조리 입으로 뱉어내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간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다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우리 아들 참 말이 많다~.'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게 아이들에게 세상을 학습하는 매우 필요한 과정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들은 식물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알고 있는 꽃, 나무, 여러 식물들을 보게 되면 꼭 그 이름을 이야기한다. 이름뿐만 아니라 그 식물의 특성들을 놀라울 정도로 상세히 신나게 이야기한다. 아들이 아는 내용은 보통 자기 전에 엄마와 읽었던 책, 아빠와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다큐멘터리, 유튜브 채널에서 본 내용들이다. 사실 나도 모르는 내용들이 많다. 내가 모르는 식물의 이름을 줄줄 꽤고 있는 아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들은 식물뿐만 아니라 자동차, 동물, 우주 등 관심분야를 폭넓게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저렇게 하나하나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데, 아들은 어떻게 저렇게 상세히 기억할까? 아직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모든 것들이 아직 새롭기 때문에 새롭게 들어오는 자극 자체가 나보다 커서일까?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만, 아주 사소한 특징까지 세세하게 기억해 내는 그 비상한 기억력의 원천은 바로 저 '수다'에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우리는 한 번쯤 미국교육연구소(NTL)에서 발표한 '학습 피라미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습의 방법에 따라 학습 후 남는 기억의 양은 천차만별이다.
강의를 듣기만 하는 학습으로는 24시간 후 5% 정도만 기억에 남아있고, 글로 읽은 내용은 10%, 시청각 교육으로는 20% 정도의 기억만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학습한 내용을 직접 말하는 과정을 통해서는 75%,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서는 90%의 기억이 남는다고 한다. 즉, 능동적인 학습을 함으로써 본인이 봤던 내용을 더 많이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다.
아들이 나와 아내를 보며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라며 설명해 주는 행위는, 이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위치한 '가르치기'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뇌 과학적으로는 이를 인출효과(Retrieval Effect)라고 부르는데,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를 밖으로 끄집어낼 때 지식은 비로소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결국 아들은 나와 아내를 관객 삼아 가장 고차원적인 학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와 아내가 학습을 위해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게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 것이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가 알게 된 많은 것들을 입으로 다시 뱉어내면서 오래도록 그 정보들을 머릿속에 입력해둔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방식들이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복기'를 통해 정보를 오래도록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방식이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학습 방식일 것이다.
아들의 설명이 길어질 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적 지원은 그저 "와, 그렇구나~!"라고 맞장구치며 최고의 청중이 되어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수동적인 학습 방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아이가 커가며 주변에서 하는 방식들을 정신없이 따라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아들이 정보를 얻고 학습하고 기억하는 과정을 이 글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해보려 한다. 그리고 아들이 성장하면서 이 방법을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수다를 떨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지금의 어린 아들에게 필요한 건 값비싼 교육보다는 자신의 서툰 설명을 끝까지 들어줄 다정한 '청중'이다.
아들이 내뱉는 무수한 문장들은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가장 효과적이고 즐거운 '수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