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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다, 정원에서 밥 먹자!!

by 김영훈

주택살이 5년 차.

주택살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날씨 좋은 날 정원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 아닐까?



4월이 되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우리 가족은 정원에서 밥 먹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 야외에서 쾌적하게 밥 먹을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3월에서 5월, 9월에서 11월 사이가 가장 좋은 기간인데, 그중에서도 황금 같은 기간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너무 짧은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짧은 시간이 오히려 더 깊고 진한 가족의 추억을 남겨준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 같이 즐겁게 먹는 시간, 다 먹고 난 뒤 잠시 통통하게 오른 배를 두드리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 자체가 온전히 행복한 기억으로 남고 추억이 된다.



'정원에서 식사할 때 좋은 점 3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1. 냄새걱정 없이 고기를 구워 먹는다.

집안에서 고기 구울 때 가장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냄새이지 않을까?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냄새 걱정이 사라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즐기는 야외 식사는 그 자체로 특별하다.



2. 나와 아내의 잔소리 없는 즐거운 식사시간이 오래간다.

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5살 산이는 요즘 부쩍 산만해지고 식사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밥 먹으면서 뭐가 그리 하고 싶은 게 많은지 밥 먹다 말고 수도 없이 딴짓을 한다. 거실에서 밥을 먹게 되면 나와 아내는 식사시간을 오래 끌지 않으려고 한다. 빨리 먹어야 씻을 시간에 씻을 수 있고, 자야 할 시간에 잘 수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원에서 식사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야외에 놀러 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려고 하지 시간에 쫓기며 식사하려고 하진 않는다. 나와 아내는 집 정원에서 식사할 때도 시간에 대한 제한을 맘속에 두지 않고 편하게 식사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밥을 좀 늦게 먹어도, 딴짓을 해도 그렇게 혼낼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산이는 밖에서 밥을 먹을 때 훨씬 더 잘 먹는다. 똑같은 밥도 야외에서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아이들도 그런 느낌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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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24년 9월 / (우) 2025년 4월


3. 아내와 나의 소소한 대화 시간이 생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부가 같이 대화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부러 시간을 내야만 그 시간이 주어진다. 아침에는 서로 출근준비, 아이 등원준비에 정신없고, 저녁에는 식사시간에 엄마, 아빠 대화가 조금 길어지면 바로 끼어들어 질문 폭탄을 던진다. 그렇게 식사가 길어지고, 나와 아내는 산이가 '완밥'하는 게 최종 목표가 된다. 그리고, 산이가 자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날에는 육퇴 후에도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원에서의 식사는 부부에게 대화시간을 만들어준다.

우리 정원에는 작은 모래놀이터가 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렀을 즈음 산이는 정원을 돌아다니며 식물을 관찰하기도 하고 모래놀이터에 들어가 놀기 시작한다. 마치 엄마 아빠에게 잠깐의 대화 시간을 선물해주는 것 같다. 요즘은 봄이라 식물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 관찰도 요즘 산이가 아주 좋아하는 일들 중 하나다. 산이가 혼자 노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20~30분 정도이지 않을까? 그래도 그 정도의 시간이면 아내와 내게 최근 일어난 일들, 요즘 드는 생각들, 서로 맞춰봤으면 하는 것들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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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가 정원에서 하는 활동들




4월이 가고 5월에 접어들었다.

우리 가족이 정원에서 벌레걱정 없이 밥 먹을 수 있는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니, 이 좋은 계절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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