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나온 ‘스탕달 증후군’
[The Psychology Times=노민주 ]
최근 뮤지컬 ‘레베카’를 보러 갔다. 배우님들의 완벽한 연기와 노래, 그리고 웅장한 세트장 덕분에 너무 재밌게 보았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뮤지컬 생각만 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고, 자꾸 귓가에 파도가 레베카를 속삭이는 것 같았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하루 종일 레베카에 나오는 노래를 찾아 듣고, 꿈에서 내가 뮤지컬 속에 들어간 꿈을 꾸기도 했다. 일어나서 ‘이게 무슨 개꿈이냐’ 생각이 들고 내가 뮤지컬 ‘레베카’를 엄청나게 감명 깊게 봤구나 싶었다.
알고 보니 내가 뮤지컬을 보고 난 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꿈속에서도 뮤지컬이 나온 것이 ‘스탕달 증후군’을 겪은 것이었다. ‘스탕달 증후군’이란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뛰거나 격렬한 흥분, 정신적 일체감 등을 겪는 것이다. 사람마다 모방 충동, 환각, 현기증, 위경련 등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심하면 우울증, 전신마비, 분열 증세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스탕달 증후군’을 겪은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었다. 바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나오는 호머 심슨이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시즌 29, 12화에 호머 심슨이 '스탕달 증후군'을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슨은 미술관 소풍에 보호자로 따라다니던 중 호안 미로의 그림을 본 순간 하루 종일 그림만 바라보다 아이들에게 끌려 나올 정도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그림 생각을 떨치지 못해 꿈속에서 그림 안에서 뛰어놀며 심지어는 아들인 바트를 그림으로 볼 정도로 심한 환각을 겪는다. 호머는 그림을 보고 정신적 일체감, 환각, 불안증세 등의 증상을 보이며 스탕달 증후군을 겪은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술관이 폐관되고, 그림이 도난당하기도 하는 등 여러 일들이 생기지만 결국 호머 심슨은 그림을 되찾아 사랑스러운 딸 리사 심슨과 함께 그림을 관람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물론 호머가 이번 화에서 보이는 스탕달 증후군을 비롯한 행동들이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나는 호머가 그림에 진심으로 빠져들고 그림을 바라보는 심슨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무언가를 좋아했던 적은 언제였는가? 물론 질환으로 구별되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무언가를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질환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미술품처럼 어려워 보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스탕달 증후군’은 책, 음악 등 주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기에 언제나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다.
항상 쉴 틈 없이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들 사이에 끙끙 앓고 있기보단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조금 더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들르거나 뮤지컬 한 편 보는 것은 어떤가? 물론 과도한 몰입으로 인해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만일 여러분이 무언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칙칙한 흑백으로 가득 찬 하루가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버티는 아름다움이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사랑에 빠져보라.
출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
[한국심리학신문 대학생 기자단 심꾸미 8기 노민주 기자]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7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