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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Dec 29. 2023

나가요, ‘기억의 궁전’ 속으로 들어가야겠어요

BBC 드라마 ‘셜록’에서 쓰는 ‘기억의 궁전’은 도대체 무엇일까?

[The Psychology Times=노민주 ]


셜록의 '기억의 궁전'에 있는 개 '레드 비어드'

연말이 가까워짐과 함께 쏟아지는 과제들과 팀플, 그리고 다가오는 기말고사 시험 준비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나 역시도 쏟아지는 과제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밤을 새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친구랑 함께 밤을 새우다가 뜬금없이 ‘나도 셜록처럼 기억의 궁전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의 궁전’이란 BBC 드라마 셜록에서 주인공 ‘셜록’이 머릿속에 존재하는 장소이다. ‘기억의 궁전’에 다양한 지식을 모아두고 사건을 처리할 때 추리하며 자주 사용한다.


사실 나는 ‘기억의 궁전’이 드라마에서 만든 허구의 설정이라 생각해 우스갯소리로 말한 것이었다. 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기억법이었다. ‘기억의 궁전’은 시나 연설을 암송하기 위해 고대 로마 시대부터 사용했던 기억법이다. 특정한 장소를 상상하고 동선을 생각한 후 동선에 따라 기억해야 할 것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기억의 궁전’은 사람마다 크기와 용량이 천차만별이다. 더군다나 실제나 허상의 공간을 자신이 설정하는 것이기에 사람마다 모두 다른 자신만의 ‘기억의 궁전’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억의 궁전’은 한 곳만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BBC 드라마 ‘셜록’에는 ‘기억의 궁전’이 많이 나온다. 특히 시즌 3 3화 ‘마지막 서약’에서는 셜록과 같이 ‘기억의 궁전’을 가진 악당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다 총에 맞은 셜록이 3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기억의 궁전’에 들어가 죽지 않을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그 외에도 시즌 2, 2화 ‘바스커빌의 개들’에서도 셜록이 사용하는 모습이 나온다. 셜록은 왓슨에게 ‘나가요, ‘기억의 궁전’ 속으로 들어가야겠어요(Get out, I need to go to my mind palace)’ ’라 말해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후 ‘기억의 궁전’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장면에서는 화면에 단어들과 이미지들이 튀어나오면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나가는 연출을 통해 ‘기억의 궁전’이 표현된다.


드라마에서 셜록의 ‘기억의 궁전’은 단어들과 이미지들이 튀어나오는 연출로도 나오지만, 이름 그대로 셜록이 만든 궁전으로도 연출된다. 드라마에 표현된 셜록의 ‘기억의 궁전’은 나무 벽으로 둘려 있는 긴 통로에 방들이 줄지어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방 안은 전부 흰색으로 셜록이 저장한 상황이 방 안에 있다.


셜록의 ‘기억의 궁전’이 가지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기도 하지만 안에 인물들이 자아를 가지고 셜록에게 조언하는 형식으로도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다. 셜록이 총에 맞았을 때 조력자 ‘몰리’가 ‘기억의 궁전’에 등장해 죽지 않으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면서 셜록과 대화하면서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쇼크 상태에 빠져 도착한 ‘기억의 궁전’ 제일 마지막 층에는 셜록의 숙적인 ‘모리아티’가 갇혀있어 셜록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좌절감을 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자신이 정보를 찾아다니는 ‘기억의 궁전’과 다르게 셜록의 ‘기억의 궁전’은 단순한 정보 저장에서 나아가 정보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억의 궁전’ 기억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기억을 저장할 하나의 궁전을 만들어 낸다. 실제 존재하는 건물도 괜찮고 상상 속 건물도 상관없다. (물론 당연히 궁전이 아니어도 된다) 친숙한 건물일수록 기억법을 적용하는데 용이하다. 두 번째로 ‘기억의 궁전’ 안에서의 동선을 결정하고 장소마다 기억할 것을 지정한다. 마지막으로 설정해 둔 것을 완벽히 기억한다. 그 후 기억을 꺼내기 위해 머릿속의 장소에 들어가 정보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기억의 궁전’이 완벽하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억을 꺼내기 위해서는 꼭 머릿속의 장소에 들어가야 한다는 가장 큰 단점이 있다. 그리고 ‘기억의 궁전’은 단편적인 정보를 암기하는 것에는 효과가 좋지만, 원리나 개념과 같은 것을 암기하는 것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비록 수학과 물리학과 같은 이해와 응용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등 ‘기억의 궁전’은 만능이진 않다. 그렇지만 적절히 사용한다면 시험 외에도 많은 곳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이번 기말고사부터 ‘기억의 궁전’ 기억법을 사용해 공부해 보는 것은 어떤가?



출처

BBC 드라마 '셜록'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3661123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7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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