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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Jan 07. 2024

'아이의 세계'가 커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아이를 통해 성장을 배우는 영화 <클레오의 세계>

영화 <클레오의 세계>(Àma Gloria) - 2023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


[감독/각본: 마리 아마추켈리 | 주연: 루이스 모루아-팡자니, 일사 모레노 제고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 공동배급/공동제공: (주)하이스트레인저 | 공동제공: (주)버킷스튜디오]


SYNOPSIS

“신기해요, 난 글로리아랑 함께한 추억밖에 없는데” 여섯 살 클레오는 사랑하는 유모 글로리아의 고향에서 특별한 여름 방학을 보내기로 한다. 모든 게 낯선 그곳에서 글로리아가 전부였던 클레오의 세계에도 새로운 파도가 친다.




'클레오의 세계'는 어떻게 커져 나갈까?     


'클레오의 세계'는 '다른 사람의 세계'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커지기 시작한다. 섬에 가기 전까지 '클레오의 세계'는 글로리아였다. 안과 검진도 같이 가고, 학교를 마치고 와도 항상 옆에 있던 글로리아였기에 '글로리아의 세계'도 자신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클레오가 글로리아의 고향 섬에 오면서 자신의 유모가 아닌 글로리아의 모습을 만난다. 자신과 똑같이 암으로 엄마를 잃은 딸인 글로리아의 모습과 호텔 건물주가 될 글로리아의 모습, 그리고 할머니로서 글로리아의 모습 등 클레오가 알지 못했던 '글로리아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섬에서 클레오는 글로리아를 통해 죽음과 생명의 탄생, 다른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세계'도 만난다. 엄마가 다른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신을 두고 떠났기에 혼자 성장한 글로리아의 아들인 '세자르의 세계'를 만나고, 어린 나이에 아이를 임신한 글로리아의 딸인 '페르난다의 세계'도 만나고, 페르난다가 낳은 '아기의 세계' 등 수많은 '다른 사람의 세계'를 만난다.     


글로리아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섬에서 '다른 사람의 세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클레오가 글로리아와 헤어지지 않고 함께 많은 것들을 구경하고 배웠더라도, '클레오의 세계'는 '다른 사람의 세계'의 존재를 알지 못할 것이기에 아주 좁은 곳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많은 '다른 사람의 세계'를 만나면서 클레오는 질투와 속상함의 감정도 느끼고, 자기가 중심이 아닌 다른 세계도 있음을 알게 되어 '클레오의 세계'는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에서 클레오가 아기의 모빌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들로 가득한 클레오의 시선을 담았었던 영화는 처음으로 흰색과 검은색만 존재하는 모빌 하나만을 화면에 담는다. 신생아는 시력이 좋지 않아 처음에는 색을 구분하지 못해 흰색과 검은색만으로 세상을 본다. 나는 이 장면이 선명한 원색의 세계에 살던 클레오가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아기의 모빌을 보는 것을 통해, '클레오의 세계'가 있듯이 아기만의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클레오가 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섬에서 유모와 클레오만 존재하는 '클레오의 세계'만을 보여 줄 수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그리고 클레오에게 보여주면서 '클레오의 세계'가 어떻게 커지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영화의 의도를 따라 클레오가 다른 사람의 세계를 만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일은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세계의 모든 것은 소중해
 -그러니 나도 여전히 글로리아에게 소중한 존재야-


영화에서 클레오는 관심이 아기에게 집중되자 글로리아가 자신에게 돌아오기 위해 아기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클레오는 아기가 글로리아와 자신을 가로막는 방해물이라 생각하면서, 글로리아의 소중한 존재가 자신이 아니라 아기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클레오가 자신이 우선순위에서 밀렸기에 글로리아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로리아와 헤어질까 봐 걱정되었다. 마지막 기억 속 글로리아가 자신을 버린 존재로 남는 것은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클레오는 똑똑하고 강한 아이였다. 클레오는 많은 사람들의 세계를 만나 성장하며 '클레오의 세계'에 모든 것이 자신에게 소중하듯이 '글로리아의 세계'의 모든 것도 글로리아가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로리아가 양자택일로 아기만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글로리아의 세계에 존재하기에 자신도 여전히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된 것이다.  

   

글로리아와의 섬 생활은 클레오에게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되어주었다. 클레오는 성장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글로리아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 언제가 되었든 글로리아에게 소중한 존재일 것임을 알고 글로리아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그러기에 두 사람의 헤어짐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다.          

나도 여전히 글로리아에게 소중한 존재야


'클레오의 세계'에서 보이는 모습들     


클레오 또래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에 상황의 모든 모습을 보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타인의 표정을 유의 깊게 집중해서 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려 한다.     


영화는 클로즈업으로 화면을 얼굴 속 표정으로 가득 채우면서 소통하기 위해 표정에 집중하는 클레오의 시점을 표현한다. 클레오가 집중하지 못한 부분은 초점이 잡히지 않은 부분이 되어 관객들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들은 카메라를 통해 '클레오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영화는 상황 설명을 위해 미디엄 쇼츠 등 멀리서 찍을 수 있음에도 '클레오의 세계'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세심하게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이 좋았다.          


우리 역시 '클레오와 세계'에서 보이는 모습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아이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다     


영화에는 많은 엄마가 등장한다. 나와 클레오를 두고 암으로 떠난 존재인 클레오 아빠의 ‘우리 딸의 엄마’, 암으로 나를 떠난 존재인 클로이와 글로리아의 ‘우리 엄마’, 클레오의 유모가 되기 위해 나를 버리고 간 존재인 글로리아의 아들 세자르의 ‘나 대신 다른 아이를 선택한 엄마’, 글로리아의 딸 페르난다의 ‘엄마가 된 나’, 그리고 나를 낳아주진 않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존재인 클레오의 ‘또 다른 엄마’가 등장한다.     


아이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기에 영화는 ‘클레오의 세계’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엄마’의 모습들도 보여주게 된다. 그러기에 관객들은 영화 <클레오의 세계>를 통해 ‘클레오의 세계’와 함께 ‘엄마’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클레오의 '또 다른 엄마'가 된 글로리아


본 리뷰는 '씨네레인저 5기' 활동의 일환으로 예매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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