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대구공연 무대사고에 대한 제작사 직원의 한마디
얼마 전 1월 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엔딩에는 슬픔에 잠긴 주인공 팬텀이 의자에 앉아 천으로 자신을 가린 후 사라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무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라지지 못한 상태로 엔딩을 진행하였습니다. 무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뮤지컬 특성상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된 제작사 직원의 대처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나름 10편이 넘는 다양한 뮤지컬을 보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을 뽑으라면 고민도 하지 않고 ‘오페라의 유령’을 고를 정도로 저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입니다. 2020년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가 한국에 왔었습니다. 그때 처음 용돈을 모아서 부산까지 보러 간 뮤지컬이기에 더욱 정이 많이 가고, 4년이 지나 한국어 공연을 한다는 말을 듣고 부산 공연을 예매했지만, 코로나에 걸려 취소된 후 거의 반년을 기다리다 보게 된 뮤지컬이라 무척이나 설렜습니다. 관련 영화와 25주년 라이브 실황은 너무 많이 봐 대사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보며 기다렸습니다. 이번에는 티켓팅도 만반의 준비를 하여 처음으로 가장 가까운 C블럭 1열 5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엔딩 중 팬텀이 사라져야 할 부분에서 배우님의 손이 천 위로 꼼질꼼질 보이기에 배우님께서 늦게 준비하신다고 생각해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신다며 귀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천을 치우고, 의자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팬텀의 가면을 ‘맥 지리’가 발견해 가면을 들면서 공연은 끝이 납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맥 지리’가 천을 치우지 않고, 가면을 팬텀에게 전달받으면서 공연이 끝이 났습니다. 저는 1열에서 오페라글라스를 팬텀에게 포커싱해 보고 있었기에 그 모습들이 세세하게 다 보았습니다. 저는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었고, 다른 관객들의 동요가 없기에 원래 한국공연에서는 이렇게 엔딩을 진행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퇴장하던 중 어셔님께 한국 공연은 팬텀이 의자에서 안 사라지는 것으로 공연이 끝나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러자 어셔님께서 원래 사라지는 것이 맞다고 하셔서 공연 중 사고가 났다는 것을 인지하였습니다.
대화가 끝난 후 잠시 화장실을 들렀다 공연장을 나가려던 중 여쭈어보았던 어셔님께서 저를 붙잡으시고 사고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배우끼리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횡설수설 말씀하시다가 "배우의 연출이었다." 하셨습니다. 저는 정말로 몰랐기에 그럼 오늘 연기하신 김주택 배우님만 다른 노선으로 엔딩이 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원래는 사라지지만 오늘만 그랬다"라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아니었다"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 했다 하셨습니다.
어셔님께서는 제작사 직원의 말을 전달하셨을 뿐이고 정말 친절하셨습니다. 추후 대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을 전달하신 것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제작사 직원의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상황을 덮는 것이 급급하여 거짓말을 한 것이 화가 났습니다. 2층에서도 보인 공연사고를 관객에게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제작사에서 관객을 어떻게 보는지가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습니다.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라이센스를 가지고 공연하는 30년도 더 된 공연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장면을 ‘배우님의 연출이었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사고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가려는 관객을 이중문 가운데에서 붙잡고 그 의도가 보이는 거짓말을 전달하게 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셔님께서는 말을 전달하신 것뿐이니 어셔님께 따지거나 화를 내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여 감사하다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가 잘못 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보를 얻을 곳이 없어 정보가 활발한 트위터를 하는 친구에게 오늘 공연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달라 부탁하기까지 했습니다. 공연 끝나고 옆에 있는 관객들에게 물어봐 사실을 확인해 볼 걸 싶고, 어셔님이 답변을 주셨을 때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 확인을 받고 나올 걸 후회스러웠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못 하는 제가 너무 싫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트위터에서 무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글들이 올라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 날 제작사에 전화해 사실 여부를 물었고 못 사라진 것이 맞다 하셨습니다.
어셔님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어셔님께서는 최선을 다해주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작사에서 전화를 받은 직원분도 너무 능숙하게 답해주시고 끝까지 친절하게 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배우님의 연출이다’라는 알량한 거짓말을 한 직원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아도 되었을 이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김주택 배우님도 무대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사라지지 못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습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제작사 직원의 한마디 때문에 저에게는 배우님의 최선을 다한 연기가 아무 소용 없어졌다는 게, 나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는 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뮤지컬을 보고 나서 후기 글을 쓸 생각에 신나서 인터미션 때 휴대전화에 적어뒀던 글들을 이제는 그때의 즐거운 감정으로 보지 못하는 게 너무 슬픕니다.
내 뮤지컬의 시작을 함께한 작품이 이제는 나쁜 기억으로 남아서 그때의 감정으로 못 본다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이런 기억으로 남게 되어서 너무 서러웠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잃은 것 같아 가슴이 허했습니다. 제작사 직원이 관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훤히 보여 화가 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가지고 끙끙거리면서 화내고 울면서 주저앉아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며 상황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도 하고, 생각도 정리하고, 감정도 정리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화내고 울면서 고치고 성장했다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나쁜 모습들을 저도 모르게 보였습니다. 나쁜 감정에서 갇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정말 추해 보였습니다. 아직 많이 생각이 성숙하지 못하고 어리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글을 쓰면서 조금은 제 감정에 대해 알아보고 보완하며 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뮤지컬과 보며 자랐고, 뮤지컬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다음 성장은 행복하고 좋은 기억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