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초콜릿 냄새나요…
영화 <웡카>가 최근 1월 31일에 개봉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개봉했기에 뭔가 미개봉 중고를 개봉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웡카역을 맡은 배우 티모시 살라메와 책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터라 몹시 기대되었다. 더군다나 예고편에 나온 움파룸파역을 맡은 휴 그랜트 배우의 모습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해주었다.
영화는 2005년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는 세계관이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선 2005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룸파랜드에서 움파룸파를 만난 후, 움파룸파에게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 주겠다며 공장으로 데리고 온 것과 달리 영화‘웡카’에서는 카카오를 훔쳐 가(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초콜릿을 돌려받으러 온 움파룸파를 잡으면서 움파룸파와 만남이 시작된다.
그리고 정식으로 가게를 차려 초콜릿을 팔던 중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장을 차리게 된 배경도, 영화‘웡카’에서는 초콜릿 가게들의 음모가 끝난 후 가게를 차리지 않고, 바로 버려진 성을 사서 공장을 차리겠다며 움파룸파에게 동업을 제안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의외였던 부분은 ‘뮤지컬’ 영화였다는 점이다. 2005년 작을 생각하고 갔기에, 움파룸파가 부르는 노래 외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노래도 나쁘지 않고, 노래를 적재적소에 두면서 영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 포인트들이 많았다. 경찰서장이 “다음번에는 혹 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내놓자, 웡카가 "나 혹 안 났는데?" 하고 대꾸하니 “나 오늘 왜 이러지”라며 그제야 머리를 때린다든지, 동물원인 척 전화를 받고 코끼리, 원숭이 소리를 내는 등 실없이 웃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경찰서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끝도 없이 뚱뚱해지는 모습도 하나의 웃음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가 웡카와 움파룸파 정도였기에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달갑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각자의 특성을 잘 살려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었다. 각각의 캐릭터가 필요한 부분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서 막히는 부분 없이 스토리가 진행되었다.
짜임새 있고 막히는 부분 없이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은 좋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너무 정석적인 기승전결을 담으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캐릭터들이 마치 짠 듯이 주인공의 상황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고, 이변 없이 주인공의 사업이 잘되다가 나쁜 세력의 방해를 받고 좌절하지만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결말이라는 점이 ‘전형적이다’라는 말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영화의 스토리가 별로인 것은 아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특색이 없는 전형적인 스토리라 정말 실패는 없는 영화로 남았다.
전형적인 스토리로 진행되다 보니 웡카라는 캐릭터 자체도 특색이 없어졌다. 2005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휘핑크림은 정말 소를 휘핑해서 만드는 거라 말하는 독특하고 괴상한 느낌의 웡카가 나오지만, 영화‘웡카’에서는 보편적으로 원하는 정의감을 가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웡카의 괴상한 괴짜라는 느낌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독특한 괴짜라는 특색이 사라지면서 영화에 나오는 독특한 초콜릿과 사탕들도 몇 가지 없어서 아쉽다. 물론 호버 초콜릿, 구름 뒤 한 줄기 빛 초콜릿 등 영화에 독특한 초콜릿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웡카란 사람을 표현하는 용도가 아니라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치로만 사용되어서 참신함을 주지는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임대해 차린 가게에 초콜릿 나무, 솜사탕 구름 등 2005년 작을 생각나게 하는 초콜릿 공예품도 나오지만 웡카라는 캐릭터성이 희미해진 상태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다 보니, 웡카란 사람이 독특한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초콜릿 공예가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움파룸파와의 관계성도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예고편에서는 2005년 작과 다른 외형을 보여줌과 동시에 특유의 노래와 율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움파룸파라는 캐릭터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영화에서의 웡카와 움파룸파의 파트너로서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정작 영화에서 둘의 관계는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는다. 움파룸파가 훔쳐 간 것은 천배로 돌려받기에 처음에는 골칫거리처럼 등장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주인공을 도와주는 중요한 캐릭터임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파트너로서의 움파룸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결국 도와주는 것도 본인의 초콜릿을 돌려받기 위한, 웡카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기대했던 만큼 끈끈한 관계성은 보여주지 않는다.
책에서도, 이전 작품에서도 웡카와 움파룸파는 협력관계로써 나오고, 이를 바랐던 관객들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영화는 관객들이 의문을 가졌던 ‘그럼 다른 움파룸파들은 어떻게 웡카와 같이 일하게 된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답해주지 않는다. 다른 움파룸파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것과 같은 암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특색이 없는 진부한 스토리가 나와 계속 다른 영화들이 생각났다. 특히 영화 ‘위대한 쇼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야망을 품은 돈 없는 청년이 많은 고난과 방해를 겪지만 결국 성공하는 이야기라는 점과 뮤지컬 영화라는 것이 이 생각을 더욱 강화해 ‘위대한 쇼맨’의 스토리라인에 웡카란 캐릭터가 묻어 플롯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뮤지컬 영화기에 결말이 뚜렷하고 전형적인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긴 하지만 차라리 뮤지컬 영화를 만들기보다, 노래 대신 움파룸파와의 관계성을 담을 수 있는 장면을 넣고, 웡카만의 특색을 담은 장면을 넣었으면 전형적인 이야기에서도 벗어나고, 웡카의 캐릭터 특성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원작이 있는 캐릭터이고, 2005년 작이 성공했기에 많은 기대 속 개봉한 영화이지만,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과 흐릿해진 캐릭터성으로 인해 못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말 잘 만든 영화는 아닌 영화가 되었다. 나 역시도 많은 기대를 한 관객 중 한 명이었고,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영화를 즐겼지만, 더욱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볼만한 “실패는 없는 영화”로만 남게 되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