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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Jul 08. 2023

오늘부터 저 별이, 니 별이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후기

(*스포있음*)

영화 처음 부분에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교수님께서 강의시간에 대부분의 영화는 사료에 나와있는 하나의 문장 하나로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들기에 영화를 역사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웬만한 것들은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넘어가는 터라 괜찮겠지 생각하며 이번 영화를 보았는데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영화 포스터


영화의 내용은 장영실이 세종과 세종 4년(1422년)에 처음 만나고 장영실이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질 때까지의 내용을 담았다. 장영실이 감독한 안여가 부서진 날이 1442년 3월 16일인데 마침 영화를 본 날도 3월 16일이라 신기했다.



영화 전반적으로 유머 코드가 나랑 잘 맞았다. 장영실이 연구를 하다가 책상에서 종이를 깔고 자는데 이를 세종이 보고 훈훈한 장면을 만들다가 깔고 있는 종이를 못 꺼내서 질질 끌고, 자격루를 처음 작동시키려는데 너무 긴장해서 계단을 오르다가 무릎을 박는 등 영화 곳곳에 있는 김빠지는 듯한 유머들이 취향 저격이었다.

위인전에 나온 것처럼 옷을 덮어주는 것을 예상했는데 갑자기 몸 개그가 나와서 무방비로 피식했다


그렇지만 옥에 티였던 부분들은 영화에서 세종이 장영실을 정 5 품을 만들어주면서 신하들이 장영실의 옷을 갈아입혀주는 장면이 나온다. 왕이 장영실을 불러서 관직을 내려주는 것은 딱히 거부감이 안 들었는데 영실이 신하들이 본인의 옷을 벗기자 당황하는 모습에서 너무 짜고 치는 각본이라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낡아빠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상투는 단정하게 틀어져있는 모습이 옥에 티 같았다.

허름하게 누더기를 입고 다니는 노비가 관직을 받을 걸 아는 것 처럼 아주 단정하고 빤질빤질하게 상투를 트고 다닌다....?


그리고 장영실이 명나라 사신한테 끌려났을 때 명나라 사신한테 야메로 측우기를 만들어 보인 후 모욕을 주는 장면이 있는데 물론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마침 측우기에 딱 맞는 꽃병이 있고 상자가 있다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저런 꽃병이 조선시대에 있을 수 있지.....그치만...그치만.........


그리고 마지막에 세종과 영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세종의 늙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상에서 현제 세종의 모습에는 눈에 핏줄이 터진 것처럼 표현을 해 뒀는데 여러 번 찍어서 그런 것인지 세종의 눈에 빨간 부분이 있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해서 몰입이 깨졌었다,

세종의 왼쪽 눈이 빨갛게 되어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게 화면전환이 될 때마다 차이가 많이 느껴져서 아쉬웠다.



세종과 장영실이 같이 누워 하늘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서로 어려서부터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북극성은 세종의 별이고 북극성 옆의 작은 별은 장영실의 별이라며 서로의 우정을 다진다. 분명 감동적인 장면인데 주로 청춘영화에서 보던 장면이라 중년 배우분들이 있는 모습이 조금 이질감이 들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주로 남녀관계에서 나오는 관계성이라 사실은 브로맨스 관계였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데 나의 편협한 사고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감독님께서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영화를 만드신 로맨스 영화 장인이셔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었던 것이었다. 물론 감독님께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브로맨스로 정하지는 않으셨지만 감독의 영화 색채가 평소 스타일의 영화가 아닌 곳에서도 드러나는 게 신기했다.

밤하늘을 보면서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는...☆(아련..) 그런 흔한 클리셰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지....


또 어두운 방에서 창문에 구멍을 뚫으면서 밤하늘이라며 좋아하는 장면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했던 장면과 겹쳐 보이면서 더욱더 당혹스러움이 느껴졌다. 이 외에도 어디선가 청춘 로맨스에서 많이 보던 장면, 구도, 클리셰들이 많이 나왔다.

(위)천문 /(아래)어쩌다 발견한 하루, 두 장면 모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려고 창문에 별을 만들고 감동받는다.(


그렇지만 별을 만드는 장면에서 구멍에서 나오는 빛이 세종과 장영실의 눈을 비추면서 둘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과 구멍을 북극성이라 설명할 때 정말 북극성을 나타내는 구멍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여러 요소들이 둘의 관계를 관객들이 더 잘 이해하고 몰입하게 만들어주어 더욱 감동적이게 만들어주었다.

영실이 별을 만들기 시작하자 세종과 영실의 눈이 별의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빛난다.



영화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느꼈는데 생각보다 극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영화를 보다가 가끔씩 놀랐다. 명나라 사신이 천문 관측기구를 없애라는 말을 하고 난 후 나는 그냥 울면서 분리하고 뚝딱뚝딱 때서 치울 줄 알았는데 굳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서 밑에서 밧줄을 묶어서 우당탕탕 먼지 다 날리게 끌어내리는 장면이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생각과 생각보다 소리도 크고 화면이 격해서 놀랐다.

기술자 불러서 해체하면 3명이서 30분도 안 걸리는 걸  20명 넘게 흙먼지 날리면서 한다는 게 정말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안여가 부러졌다는 것이 우지끈하면서 기둥에 금이 가서 ‘어이쿠 위험할뻔했지뭐야^^’이런 느낌인줄 알았는데 정말 말그대로 안여가 통째로 부러저서 왕의 감정을 화면에 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하나의 더미처럼 큰 배경에 중점을 두고 와장창창 와르르 넘어지는 것으로 연출이 되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 다음에 신하들이 죽여주시옵소서 라면서 비오는 야외에서 울부짓는데 정말 복잡미묘했다.

역사적인 사실만 알았을 때는 장영실을 내쫓으려고 트집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장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신하들은 엎드려서 죽여달라며 소리치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우직하게 세종만 찾는 영실 옆에 간간이 가벼운 분위기의 부하들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전환 시켜주고 옆에 여자 하인이 ‘도망쳐야 한다’ 이런 말을 울먹이면서 하는 것들이 장영실의 캐릭터를 더욱 입체감 있게 만들어주고 전반적인 영화의 전개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의 여자 하인의 마음이 딱 내 마음 같아서 내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장영실에게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위)감초역할을 담당하는 영실의 부하들/ (아래) 잡혀가는 영실을 보며 흐느끼는 하인

더군다나 장영실을 반대하는 세력이 단순히 장영실이 싫은 부류도 있지만 정말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명에 맞서서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조선의 현 상황에 입각해서 자신의 의견을 내고 끝까지 맞는 말만 하는 충신의 존재가 영화의 입체감이 더욱더 드러나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정말 오로지 나라를 생각하며 끝까지 맞는 말만 하셨다.



배우분들의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했다. 다들 연기를 잘하시는 배우분이라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어서 더욱 몰입하기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사건 3일 전에 명나라 사신이 천문 관련 연구에 관한 것을 다 없애고 장영실을 명으로 잡아들여라 했을 때 장영실이 전하 외치면서 좌절하는 연기가 절제하면서 캐릭터는 살리되 감정은 다 드러내는 연기가 정말 인상 깊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감탄사가 나왔다.

행동 지시문처럼 '영실이 운다'가 아닌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본인이 희생해서 죄를 뒤집어쓰는 정말 흔한 클리셰인데 배우분들의 연기가 심장을 후벼파는 느낌이 들었다. 화를 내면서 역정을 내는 것도 아니었지만 배우 두 분이서 눈으로 대화를 하는 데 모든 감정들이 다 전달이 되고 이입이 되어서 눈물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렀다.

영실의 표정과 세종의 표정이 번갈아가며 화면에 나오는데 그때의 연기가 정말 서글펐다.


그렇지만 장면 하나하나의 임팩트들은 있는 것에 반해서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입체감이 없이 다 예측 가능하게 전개되어 잔잔하다고 느껴졌다. 영화의 주제와 핀트가 어긋난 클리셰와 너무 흔하디흔한 클리셰들이 가득했다. 물론 몇 자 없는 사료의 글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국사학과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왜 세종 시대를 다룬 영화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2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담기에는 코끼리를 바늘 구멍에 넣는 것 같이 버거웠던 것 같다.


영화에서 세종이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처럼 될까 봐 선왕(태종)의 곤룡포를 입기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결국 그 곤룡포를 입으면서 떡밥을 회수하면서 본인이 꺼리던 선왕의 이미지처럼 욕을 쓰고, 칼을 들고 대신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모습이 우선 나한테는 당혹스럽고 늘 착한 이미지였는데 본능적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이 태종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세자가 관용을 베풀어주시옵소서 아바마마라 하는데 본인의 아버지처럼 되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세종의 아들에게는 세종의 기억 속 아버지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염없이 흔들리는 세종의 눈동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황스러웠던 것은 너무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고 무서워졌다. 연로해서 쓰러지고 잘 못 걷는 지경이었는데 갑자기 폭풍 샤우팅을 하고 칼을 들고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서 놀라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눈도 안 좋고 막 쓰러지고 그랬는데 너무 갑자기 활발해지셔서 당황스러웠다.


불호가 크게 없는 세종,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중년들의 청춘, 우정, 희생과 같은 대중적인 클리셰들을 넣고, 유명한 배우분들을 앞세우면서 흥행을 위한 실패 없는 영화를 만들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스토리의 단조로움, 영화의 완성도 등으로 아쉬운 영화로 남게 된 것 같다. 무조건 사람들이 반응하는 희생 클리셰나 마지막에 꿈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 같은 곳에 꽤 많이 작위적인 느낌이 많이 나서 나 같은 경우는 갈고리로 발목이 잡혀 빨려 들어가듯이 눈물이 나오려다가 호로록 다시 들어갔다. 영화가 너무 흔한 클리셰들 범벅이었고 다른 부분들로 커버 치기에는 힘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나름 여러 발명품들도 나오면서 장영실과 세종이라는 주제는 좋았던 것 같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서 아쉽다. 더군다나 고증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영화라 더욱 잡음이 많은 영화로 남게 된 것 같다. 시놉시스에서 ‘안여’의 한자를 틀리는 것부터 허점이 꽤 많이 드러나서 아쉽다.


세종에게 "이 가장 밝은 별이 북극성으로 전하의 별이옵니다"라고 하는데 북극성은 2등성이라 가장 밝은 별이 아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따지고 보면 세종이 장영실이나 다른 신하들을 밤에 부르는 것은 초과근무였을 텐데 빡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라면 아마 표정관리 못하고 계속 하품해서 곤장 맞고 유배 갔을 것 같다.

아마 초과근무수당과 야근수당도 받지 못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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