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 : 운동의 유일한 숙제이자 문제

by 대해Jung


2022년 1월 1일

이른 아침, 한적한 헬스장이 좋다. 많으면 예닐곱 명, 적으면 두 세명이 딱 좋다. 1월 1일, 못 보던 얼굴들이 보인다. 미루고 미루다가 혹은 벼르고 벼르다가 헬스장에 등록한 신규 회원들이다. 펜데믹으로 예년보다 한적했던 2021년에 비해 2022년 1월은 사람이 많다. 아침 시간에만 10명은 되는 듯하다. 길어진 펜데믹 상황도 사람들의 운동하려는 의욕을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평화는 깨지기 마련이다.

에어팟을 낀 20대 여자가 스트레칭을 하면서 누구랑 통화한다. 오래 통화한다. 계속 통화한다. 조근조근 얘기하다 중간중간 꺄르르르 빵 터지기도 한다. 30대 남자는 샤워하고 나와서 라커까지의 5걸음 사이를 물을 뚝, 뚝, 한강을 만들어 놓고, 농구 골대보다 크고 허리보다 낮은 높이의 의류 수거함에 입었던 옷과 젖은 수건을 기어이 노골 시켜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진다. 60대 아저씨는 라커룸 선반에 왼쪽 발을 올려서 발가락 사이사이를 헤어드라이어로 정성스럽게 말리고 왼쪽 발을 내리고 다시 오른쪽 발을 힘겹게 선반 위에 올린다.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어떤 식으로든 평화는 깨지기 마련이다. 기구 사용 시 기다려야 하고, 사용된 원반이 원위치되지 않은 정도의 불편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


적자 회원의 숙명

사람이 많아서 생기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이던, 비매너 행동이든 간에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한다. 모른 척 넘어가는 능력도 지난 헬스장 8년 간 얻은 것 중 하나이다. 이런 꼴 저런 꼴 안 보려면 다중 이용시설을 이용 안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일 테고, 무엇보다 이 헬스장도 엄연한 사업장인데 요즘 같은 시기에 이회원 저회원 늘려서 같이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 꼴랑 몇만 원 내고 매일 아침 나와서 운동복 한 벌과 수건 두 장, 샴푸 그리고 수십 리터의 물을 꼬박꼬박 써대는 '적자 회원' 주제에 헬스장 운영을 걱정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나는 내가 '적자 회원'임을 알기에 더욱 진심으로 헬스장 운영을 걱정하곤 한다. 나 같은 '적자 회원'이 1년 치 결제하고 며칠 뒤 나오지 않은 '흑자 회원'의 고작 며칠간의 비매너를 받아내야 하는 것은 일종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불편한 행동을 참아낼 수 있는 건 나의 넓은 아량(!) 덕도 있지만 1월 1일 자 신규 회원들은 2월 1일에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을 손쉽게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희박한 확률로 2월까지 나온다고 해도 상관없다. 3월 1일에는 정말이지 전부 안 나온다. 만약 3월에 나온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2달 동안 헬스장 매너에 대해 습득했을 것이라고 희망하며, 그를 예비 적자 회원으로 인정해드리라.

아침 헬스장을 8년 다녔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했고, 소리 없이 그만뒀다. 운동 시간대를 옮기거나 다른 헬즈장으로 간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짧은 기간에 원하는 바캉스용 근육을 얻었거나, 소개팅을 위한 감량에 성공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확인될 수 없는 개인 사정은 서로 알 바 아니고, 헬스장에서 내 눈앞에 나타난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만뒀다. -소수의 헬스 매니아(헬창)이거나 일부 60대 이상인 분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쯤 되면 최소 1년이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게 아닌가, 혹은 운동하는 습관을 습득하는 것은 운동을 안 했던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혹은 태생적으로 운동을 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구별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마저 든다.


그냥 하자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로이 F. 바우마이스터<의지력의 재발견> 을 읽고 큰 영감을 받았지만 이 책들은 운동습관을 잡아주는 데에 별 역할을 하지 못했고, 누군가가 책 몇 권에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운동 습관을 갖고자 한다면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운동 습관을 갖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헬스장 다니기 전에도 이른 아침 안양천 나가는 걸 즐겼고, 어느 날 헬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했다. 단지 적응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헬스장 8년 다녔다고 하면 '어떻게 그렇게 꾸준하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오히려 그 비결을 잘 모른다. 그렇다고 그 이유를 찰스 두히그의 책에서 찾으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한다'는 얘기를 한다.


뭔가를 오래 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어하는 게 아니다. 의욕, 명분, 신념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특별한 이유가 아닌 그냥 하는 것이 되어야 오래 한다. 무념무상으로 반복 할 뿐이지, 고역을 인내하거나, 이글이글 타오르면 오래갈 수 없다. 게다가 안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을 반드시 찾게 될 것이고, 오늘은 쉬어야 한다는 이유를 못 찾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만두는 것은 그러게나 쉽다.


꾸준함 앞에서 벤치 프레스 팔꿈치 각도, 스쿼트 자세, 스트레칭, 운동 루틴, 2분할 혹은 3분할, 단백질 섭취 같은 것들은 너무나도 사소한 것들이 되며, 반대로 저런 것들은 꾸준히 하다 보면 대략적으로 알아지는 것들이다. 꾸준함이 전부다. 그냥 하다 보면 알아지는 저런 것들을 학습하느라 너무 고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운동은 머리를 비우고 그냥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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