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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해Jung Sep 11. 2022

이사/경매/여름 2

이사를 완료했다. 원망과 자포자기가 뒤섞인 일주일이 지나서야 준공은 승인됐다. 탈 없이 마무리되었으면 된 거 아닌가. 그래 된 거지 안된 거면 어쩔 것인가.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됐다. 담당 행정관이 언제까지 준공 승인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다. 준공이 늦어지면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고 조급해져서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왜 늦었냐고 따져 물을 일은 아니었다. 


 거기다 준공이 나지 않은 건물에 이사까지 했으니 나 혼자 억울할 일도 아니다. 그래서 준공 전에 이사한 나와, 준공을 늦게 내 준 행정관은 이 사태를 서로 퉁치기로 했다. 공평한 걸로 결론 내렸다. 물론 담당 행정관과 협의된 바는 없고, 나 혼자 그러기로 했는데, 그러기로 하니까 이 여름 이사는 비로소 끝났다.


경매

 경매는 부동산 경매를 말하는데, 여름 내내 나를 송두리째 지배한 키워드다. 경매를 비하면 이사는 소소했다. 새로 이사 간 큰바다가구점 창고 앞에 경매 물건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차피 나는 경제적 심적 여력이 없으니 관심을 가질 수도 없고, 갖지도 않았다. 


 그러다 문득 경험상 입찰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는 부동산 경매에 박식한 사람은 많지만 따져 물으면 실제로 입찰을 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어쩌면 나의 입찰 결심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겠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리고 본 것과 들은 것을 구별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도 없지만 해본 것도 없는 그 가벼운 말들을 비웃듯, 나는 조용히 생에 첫 부동산 경매 입찰을 결심했다.  


 입찰의 다른 이유는, 경매 땅은 새로 지은 창고 바로 앞이어서 매일매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입찰 한번 해보지 않은 땅을 매일매일 바라보며 두고두고 후회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찰을 해서 떨어져야겠구나.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겠구나 싶었다. 계획은 그랬다. 입찰했다. 떨어졌다. 미련 없다. 좋은 경험이었다. 세상의 모든 계획이 그렇듯 계획은 늘 그럴듯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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