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해Jung Sep 09. 2022

이사/경매/여름 1

이사, 경매는 나의 이번 여름 키워드다. 올여름 큰바다가구점 창고가 이사했다. 이삿짐은 늘 생각보다 많기 마련인데, 이번에도 역시 넉넉히 생각한 거보다 훨씬 많았고, 이삿짐도 나도 땡볕 아래서 뜨거웠다. 육체노동은 노동대로 힘들었는데, 더 힘든 건 이사 날짜를 맞추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나는 망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사 갈 창고는 완공되었지만 준공은 더뎠다. 이 얘기는 아기가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늦어진 것과 같은 상황인데, 아기는 눈앞에 있지만 행정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졌다는 얘기다. 준공을 위한 건축물의 수정사항이 나와서 보완하고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 임대로 사용하던 기존 창고의 사용 기한을 세 번, 네 번 연기해야 했다. 거듭해서 이사 날짜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준공이 언제 된다는 확약을 들을 수 없어서 답답했다. 준공을 위한 관련 부서의 협의가 진행 중이니 더 기다려 보라는 기약 없는 얘기만 반복되는 사이 속은 타들어 갔고, 여름은 폭우와 폭염을 반복했다.


 더 이상 창고 사용을 연장하기 불편한 상황에서 나는 이사를 강행했다. 준공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확하게는 준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를 간 게 아니라, 준공이 날 것으로 예상했던 기간에 준공이 나지 않은 것이다. 


 이사는 오늘 가겠다고 마음먹고 내일 가는 게 아니다. 기약 없는 날이 반복되는 중에 나는 5일 뒤로 D-Day를 정했다. 이사를 위한 팀을 꾸렸고, 5일 뒤에 기존 창고를 빼겠다고 약속했다. 더 미룰 수 없었다. 5일 뒤에 나는 약속대로 이사를 진행했는데, 이사하는 날에도 준공은 나지 않았다. 


 땡볕에 짐을 나르며 나는 준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를 간 게 아니라, 이사 가는 날에도 준공이 나지 않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것과 저것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듯해서 나는 나의 억지를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았다.<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책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