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낚시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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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넘의 홍합 공장에서의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공장 사람들도 친구가 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점심시간.
나는 평소처럼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나처럼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나이대이거나,
비슷한 대륙에서 온 친구들끼리 그룹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지만,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
그들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좋았다.
그날도 그런 마음으로 식당을 둘러보는데, 눈에 익은 얼굴이 하나 보였다.
같은 파트에서 일하던 마오리 할아버지였다.
다른 테이블은 이미 친구들끼리 모여 있었지만, 그의 테이블만은 조용히 비어 있었다.
그가 혼자 있는 모습이 어쩐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친구도 사귀고, 영어도 연습할 겸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와는 인사도, 말도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지만 얼굴만큼은 익숙했다.
햇빛에 그을린 피부, 뚱뚱 한 코, 맑은 눈 그리고 마오리 특유의 큰 키와 덩치.
“안녕하세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할아버지는 내게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물었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악수 하나로 낯섦이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의 손바닥은 단단하고 거칠었고, 그 삶이 손끝에서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 할아버지는 이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70이 넘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홍합 공장에서 일해왔다고 했다.
대화 도중, 그는 문득 물었다.
“뉴질랜드에서 낚시해 봤어?”
“아니요, 해본 적 없어요. 낚시 잘돼요?”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대답했다.
한국에서는 피래미 정도만 잡아봤고, 작은 고기엔 별로 흥미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양손을 쭉 벌리며 물고기의 크기를 설명했다.
허벅지만큼 크다고 했다.
“에이, 설마요. 그렇다면... 진짜 한번 해보고 싶네요.”
그가 웃었고, 그 순간 점심시간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점심시간이 끝나며 우리의 낚시 이야기도 거기서 멈췄다.
며칠 뒤, 점심시간.
마오리 할아버지가 점심 먹는 나에게 찾아왔다.
손에는 작은 쪽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내 집 주소야. 시간 나면 여기 와. 낚싯대 줄게.”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웃으며 핸드폰으로 구글맵을 켜
“여기 맞아요?” 하고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난 핸드폰 없어. 주소만 알아.”
그 말이 이상하게 낯설고 또 멋있게 들렸다.
세상의 속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사람.
나는 그게 조금 부러웠다.
주말. 마침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궁금하기도 해서 쪽지를 들고 할아버지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주소를 따라 달리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했다.
비포장도로가 끝도 없이 이어졌고, 가로등 하나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핸드폰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조금 무서웠다..
정말로 지나가는 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운전해 도착한 곳엔 내가 예상하던 ‘집’이라는 느낌의 구조물이 없었다.
단지, 낡은 폐버스 한 대가 들판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설마 저기…?’
그 순간, 개 한 마리가 짖으며 달려 나왔고 버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마오리 할아버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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