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의 정의를 찾고 있었다
여행이란 뭘까?
낯선 장소? 예쁜 사진? 일상의 탈출?
그렇게만 말하기엔 늘 뭔가 부족했다.
나는 장기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기 전,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냥 여기저기 가는 거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에 대한 나만의 정의가 필요했다.
그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기억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대학생 때, 처음 일본을 여행했던 날이 떠올랐다.
내 여행 일정에는 유명 관광지나 맛집, 카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떠난 여행이라 멋진 깨달음을 얻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처음이었고, 그래서 모든 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나는 관광지를 찾아가던 중, 일본 어느 주택가를 지나쳐야 했다.
길 건너에선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꺼내고 있었고,
작은 공원에선 한 아이의 엄마가 자전거를 타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었다.
출근 시간에 늦었는지 정장을 입고 뛰어가는 직장인의 뒷모습도 보였다.
그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하루가 너무 살아 있었고, 나는 그 하루 속에 조용히 들어와 있었다.
그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내가 처음으로 ‘살아 있는 다른 삶, 그들의 하루’를 가까이서 본 순간이었다.
일본 여행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기억나는 건 높은 전망대가 아니었다.
시장 골목에서 만난 따뜻한 라멘 한 그릇의 점심과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던 아이의 웃음이었다.
내가 진짜 보고 싶은 건 유명한 관광지도, 랜드마크도 아니었다.
그들의 하루, 그들의 생활이었다. 그들의 대화, 표정, 손짓 같은 살아 있는 장면들처럼.
그 나라의 겉을 스치는 일이 아닌 여행은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 알았다. 내 여행의 정의를.
여행이란, 여행이란, 결국 낯선 하루를 마주하며 내 안의 익숙함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게 아니라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나는 '그 질문'에 한 가지 대답을 한 조각의 기억으로 가지고 있었다.
나의 여행은 그들이 사는 평범한 하루를 내 눈으로 조용히 바라보는 일이다.
그 하루가 내 안에 남았을 때, 나는 비로소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