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자유: 사진 한 장의 충격

시선을 넘어, 나만의 해방을 찾아서

by 석탄


진짜 그건 어떤 감정일까?





영화 쇼생크 탈출.

주인공이 하수구를 기어 나온 뒤,
빗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외치듯 서 있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마음을 세게 흔들었다.
온몸이 더러워졌는데도 그는 깨끗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진짜 자유로워 보였다.
그게 해방감 아닐까?


하지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은 감옥에도 가서 탈옥해 본 적이 없는데

언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단서를 나는 뉴질랜드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에게서 들었다.
내가 막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 그 친구는 다음 날 떠난다고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서로 처지가 완전히 달라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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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1년간 낡은 봉고차를 타고 북섬과 남섬을 떠돌며 살았다고 했다.
돈이 떨어지면 일하고, 돈이 생기면 다시 떠나는,
누구에게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리듬대로 흘러가는 삶.

낮엔 태양빛에 얼굴이 그을리고,

밤엔 밥 말리 노래 틀어놓고 바닷가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고 했다.


그 친구의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삶’처럼 들렸다.

나는 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럼, 어디가 제일 좋았어?”
그에게 물었다.

그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들어본 적도 없는 곳을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장소”

그 말이 내 마음을 묘하게 간질였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보여줬다.
비포장도로 끝자락, 차로도 힘겨운 외딴 해변.
그는 거기서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

‘저런 데를 왜…?’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이상하게 울렸다.

머릿속에서 장면이 그려졌다.

아무도 없는 해변, 낡은 봉고차, 그리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

그 친구는 조용히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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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황금빛으로 물든 바다,
그리고 해변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혼자 서 있는 그 친구가 있었다.

놀라면서도 몹시 당황스러웠다.


‘저게 돼?’

‘진짜 저게… 돼?’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번개처럼 번진 감정.

충격, 부러움,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깊은 울림.

그는 말했다.


“I felt completely free in the nature.”


나는 그 말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감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때 처음으로 ‘해방감’라는 걸 상상해 봤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아무리 혼자라도 자연 앞에서 벗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세상 어디를 가도, 늘 누군가의 시선이 존재했고 우리는 그 시선 안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그는 그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누구도 없고, 아무 규칙도 없는 자연과 단둘이인 시간.

그게 해방이었다.


나는 그 순간,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낡은 길 끝에서,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그 거대한 자연 앞에 서고 싶다.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진짜 나로서 존재하는 감각.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에서 나답게 숨 쉬는 것.

그냥 온몸으로, 숨결로, 가슴으로 ‘지금, 나답게 있다’고 느끼는 순간.

해방감은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감정이다.



나는 그 버킷리스트를 뉴질랜드에서 꼭 해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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