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기분과 쓸모없는 기분을 즐겨 본 적이 있는가?
포크리프트 드라이버 일을 그만둔 지
어느덧 한달이 다 되어간다.
구직을 안하고 놀고 있다.
바로 또 다른 일을 시작하기가 싫었다.
알게 모르게 덮쳐오는
무기력한 기분과 방향성을 잃은 것 같기도 한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또 조금은 더 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무기력함을 외면하고 또 달리기엔
힘이 없었다.
그래서 이 놀고싶은 기분과 무기력한 시간을 만끽해보기로 했다.
집 근처에 Pottery classes를 예약해서 갔다.
한국에서도 간간히 취미삼아 갔었는데
유독 이게 또 하고 싶었다.
한 타임만 체험해보는 걸 선택해서 No-teaching으로 진행됐다.
조금 당황했지만, 함께하는 수강생분들이 알려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다.
첫째주는, 만들고
둘째주는, 색칠하고
셋째주에는 완성된 것을 가지러 갔다.
요즘 내가 즐겨하는 런닝.
내 런닝코스 중 터닝포인트가 되는 절이다.
30분 뛰면서 가서 삼배하고 기도하고
30분 다시 뛰어오면
한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진다.
이따금 친구들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아이쇼핑도 하고, 맛있는 빵집가서 빵도 사먹는 시간도 보낸다.
다들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각자 마다 고민이 다 다르지만, 그냥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과 위안이 된다.
요즘 이렇게 건강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
내가 가진 조미료는 굴소스랑 소금후추가 전부인데
그걸로 충분하다.
가끔 라면이랑 파스타를 별미로 먹으면 딱 맞다.
얼마전에는 친구와 함께 밤바다를 보러갔다.
바다위에 떠 있는 불빛 들이 마치 보물들 처럼 보였다.
좋기도 하고,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몰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 세차장에서 친구 차를 세차하는데
아무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힐링됐다.
'이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
.
.
그냥 잘 쉬고 있는거 같은데
'무기력한 시간을 보낸게 맞아?'
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간들 이면에는
진종일 누워있기만 하며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때도 많았다.
어느 날엔, 낮에 선잠을 자는데 엄청난 불안감과 고립감이 덮쳐와
갑자기 머릿속 어떤 신경회로를 딱 끊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있는 돈으로 다른나라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히 나 나름의 방향성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말이 통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땅에 발 붙히고 있는 거 자체만으로도 힘들때가 많았기 때문에
더 쉽게 지침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한 일이 밥먹고, 런닝 밖에 없을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분을 피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받아들였다.
애써 피하려 하지 않았다.
놀고 싶을 땐 놀고, 무기력함을 느껴야 할 땐 충분히 느꼈다.
무기력함도 곧 나이기에 나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 딴에서는 나를 존중하는 것이였다.
지금은, 힘이 조금 나는 것 같다.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든다.
직컨이든 뭐든 또 가볍게 부딪혀 볼 마음이 든다.
나는 충분히 노는 시간도 보냈고, 무기력함과 쓸모없는 기분에도 푹 빠져 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둘 다 즐기고 있다.
구직 자체가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까지 또 쉴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시 준비가 되어가니
기회는 찾아올거라 믿는다.
안되면?
말자.
이러나 저러나
그냥 살면 살아가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