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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한림 Mar 06. 2021

공황장애와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공황장애에게 말을 건다. 


"왜... 내가 이런 겁니까."


어느 날부터 할아버지는 스스로가 이상해졌다고 말을 했다. 일의 특성상 혼자 일을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고 주말부부로 살게 된 지 어언 50년에 가까워지던 날이었다. 


처음에는 겨울이니 우울증이 있나보다 싶은 정도였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난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할아버지의 증상은 날로 심해졌다. 


어느 날은 불안하다고 했고, 어느 날은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일을 하는 곳 근처에 있는 정신과에 가서 홀로 상담을 받았다. 의사들은 정확한 병명을 말해주지 않았고 약간의 약을 처방했다. 


가족들에게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한 날로부터 일주일이 되지 않아 할아버지는 우리가 없는 그 작은 도시에서 숨이 안 쉬어져서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검사를 하다가 증상은 사라졌다. 


숨이 안 쉬어져서 두 번째로 응급실을 가려던 밤, 할아버지는 또 코로나 검사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고 거부했다. 이후 옆 도시에 거주하던 삼촌이 할아버지를 데리고 서울로 왔다. 


다음 날 친척분의 도움으로 대형 종합병원에 가서 온몸을 검사했다. 이상이 없었다. 


같은 날 받게 된 정신과 진료에는 삼촌이 함께 있었다. 삼촌은 할아버지가 안절부절 못하고 돌아다니며 고개를 숙이며 울었다고 했다. 


"제가 왜 이런 겁니까..."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일을 하러 갈 수 없었다. 50년의 근무는 강제 종료였다.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된걸까. 


더 이상 그에게 '왜'가 중요하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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