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시선
몇 해 전이었더라.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누군가의 목표가 될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던 계기가. 요즘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일 수도, 아니 어쩌면 모르는 사이 우리네 관계에 담이 쌓이며 자연스레 찾게 된 금빛 동아줄일 수도. 어떤 이는 혼자 떠났을 때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맛깔나게 이야기해주고, 어떤 이는 그 모습에 용기를 얻기도, 혹은 그런 상대를 지켜보면서 공감하지만 동시에 시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왜 본인과 함께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아파하기도 하고...
'혼자서 떠난 여행'이라는 말만으로도 이런저런 수많은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게 참 재미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혼자서 무엇을 하는 게 굉장히 낯선 사람 중 하나였다. 혼자 밥을 먹는다던가, 카페를 가고 전시회를 가고, 쇼핑하는 것 등등 개인적으로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분야였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말할 수 있는데, 가장 먼저 친한 친구의 여행담이 있었다. 내 친구 역시 혼자서는 식당에도 가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을 했고, 가깝고 짧은 여행이 아닌 멀고도 긴 여행을 떠나버렸다. 남미로 두 달 동안 훌쩍 떠나버린 친구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이맘때까지는 충격까지만 받고, 자극은 받지 못했다.
또 다른 계기로는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고, 동시에 함께 하는 시간 역시도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내가 무엇인가 하고 싶어지면 그 생각은 물론이고 시간까지 기꺼이 존중해주었다. 단 한번도 내게 그러한 것으로 불평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았다. 반면, 그녀가 혼자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동시에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듦에 대해 나는 서운했다. 적응하기 어려웠으니까 서운할 수 밖에 없었다. 차츰차츰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그녀의 자유를 묶어두는 것보다 나의 자유를 풀어두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혼자 있을 때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면, 지금껏 몰랐던 다양한 재미를 맛볼 지도 모르겠다며 기대심까지 품어봤다. 그렇게 마음가짐을 바꿔보니,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요즘 나는 누구보다도 혼자 잘 돌아다니는 녀석이라는 걸 새삼 매일 같이 느끼지는 중이다. 몇 해 전 누군가 말했던 혼자만의 여행, 시작은 유럽이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혼자 떠났던 국내 여행 경험도 없이 곧장 유럽으로 향했다. 지금도 그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가깝게 지냈던 몇몇 동생들이 해외로 떠나기 위해서는 일단 비행기 표부터 구매해야 한다고 충고해줬다. 그렇게 시작됐던 것 같다. 지금껏 없었던 나만의 시간이 생기고 혼자 여행을 떠나, 잠깐씩이나마 나를 위해 집중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 시간이 주는 매력을 미리부터 알았기에 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나도 많이 변했고 즐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혼자보다는 ‘함께’가 여전히 덜 아쉽고 더 푸근하다는 믿음엔 변함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