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누군가

생각하는 시선

by 한재민


누군가를 생각하며 쓴 문장이

누군가를 잠시라도 행복하게 만든다면,


이보다 힘 있는 글은 없다.




나는 당신이 생각났다. 건강한지, 외롭진 않은지,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기고 있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지, 요즘은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내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산책은 좀 하는지,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 내게 궁금한 게 있는지, 다리는 괜찮은지, 어딜 다녀왔는지 궁금했다. 전화를 걸었지만, 앞서 적은 질문들은 던지지 못했다. 별일 없냐는 말이 가장 쓸모 있어 보였다. 통화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사실 앞서 적은 질문들이야말로 정말 쓸모 있는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또 다음 기회를 노리게 됐다.


나는 지금 당신을 생각한다. 요즘에는 안녕한지, 바쁘진 않은지,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는지, 하고 싶은 것들이 여전히 많은지, 목표를 정리한 노트를 지금도 품고 있는지, 그곳을 찾는 손님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는 어떤 사람인지, 요즘 꽂힌 취향은 무엇인지, 읽었던 책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적고, 적힌 글로써 묻는다.

아마도 당신은 안녕하고, 목표를 하나둘씩 이뤄가며 즐겁게 바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나의 롤모델이다. 당신의 취향은 깊은 곳에서는 깊고 편식 없이 은근 다양했던 것 같다. 또한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려 할 것이라 생각한다. 잠시라도 안부를 물어봐야겠다. 다만 이 글은 이곳에만 남긴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며 쓴 문장이 존재하고 있음을 잘 지내냐는 안부로 대신하겠다.


나는 당신에게 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부족한 어휘와 글솜씨에 언제나 아쉽다. 좋은 문장, 슬픈 문장, 건강한 물음, 깨달음, 이야기의 간격, 관계의 쉼, 오타에 대한 포용, 다양함에 대한 인정으로 구성된 페이지다. 완성된 페이지는 완성된 대로 힘을 가지고 있고, 미완의 여백은 빈 여백대로 힘이 있음을 직감한다. 쓴 문장을 조금씩 다르게 바꿔가며 곱씹기도 하고, 차근차근 새로운 어휘로 문장을 써 가겠다.


당신이 떠오를 것이다. 예고 없이 떠오를 것이다. 아직까지 당신을 생각하며 적었던 문장은 없다. 이게 당장의 생각이고, 당장의 문장이다. 문장을 채워가며 당신에 대한 생각을 넓히고, 조용하지만 힘 있게 행복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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