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시선
내 시선이 머문 곳은 바다가 아니라 당신이었다. 근심 따위 싹 거두어 갈 정도로 청량한 바다도, 주목받기 위해 큰 동작으로 춤추는 파도도, 귀여워서 눈길이 가는 뭉게구름도 아니었다. 내가 보고, 기록하고 싶은 것은 무슨 생각으로 이곳을 찾아왔는지 모르겠는 당신, 저 멀리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당신, 무의식 중 파도가 부서지는 자락까지 향해 걷고 있는 당신이었다.
작은 발자국을 남기며 열심히 걷고, 때때로 달리는 당신을 바라봤다. 어느 정도 걷고 난 후, 뒤돌아보며 스스로가 남긴 흔적들을 확인하려 하는 모습도 봤다. 파도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었던 탓이었을까. 뒤돌아볼 때쯤이면 길게 뻗은 파도가 흔적을 먹어치워 버렸다. 실망했을 표정을 상상하며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찌 아까보다도 더 해맑게 웃고 있었고, 다시 뒤돌아 열심히 작은 발자국을 만들며 걸어갔다.
마치 사라질 흔적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태연한 행동을 보였다. 그러다가는 파도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우두커니 서서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듯했다. 군데군데 보이는 귀여운 뭉게구름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수평선에 끊긴 부분이나 곡선은 정말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때가 유일하게 당신이 아닌 바다로 내 시선을 옮겨졌을 때였다. 역시나 수평선은 올곧은 직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곧장 바다에 흥미가 떨어져 당신을 바라보았다. 거의 그대로 서서 바다를 보고 있는 당신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가까운 파도 줄기를 보고 있었다. 바다의 중간에서부터 우르르 몰려오는 파도를 보고 있었다. 이어서 당신의 코 앞까지 열렬히 몰려와 반짝거리며 흩어지는 파도를 만끽하고 있는 듯했다. 흩어지며 만들어내는 반짝임과 수증기가 축복이라도 내려주는 것처럼, 용서를 해주는 것처럼.
여름이고, 겨울이고 바다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넓은 바다 옆에 앉아서, 또는 서서, 또는 걷고 뛰며, 또는 누워서 흔적은 없지만 마음에 잔상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아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당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