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 기록의 연습3

by 한재민


홀로 이어폰을 꽂고 지나가는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나는 군중 속 한 사람이 되어 걷고 있었다. 딱히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는 상태의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 뭔가를 의식하며 걸었다. 발의 보폭, 걸음의 속도, 대화의 흐름, 좁아지는 도보, 차의 경적 등. 이때 갑자기 불어온 칼바람과 때마침 구름이 지나며 미처 가리지 못한 햇빛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몇 발짝 더 나아가니 높은 건물이 태양을 가렸고 이내 표정도, 시야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좁은 도보에 조성된 큰 나무를 보니 감히 사람들과 함께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보에서 잠시 벗어나 차가 오지 않는 타이밍에 도로 가장자리로 재빠르게 지나려 했다. 찰나에 이어폰을 꽂은 채 유유히 스쳐간 사람이 있었다. 난 그때의 그 사람이 부러웠다. 내 솔직한 심정을 비춰보게 해 준 찰나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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