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하이파이브하게 하는 것들

by 한재민


네 명의 친구가 있다. 일 년 중 많게는 네 번, 적게는 두 번 만나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과의 만남은 약속을 잡기 전까진 아니더라도 약속을 잡고부터는 꽤나 기다려진다. 나와 비슷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렇진 않았다. 만나는 장소를 고를 때부터 제각각의 태도를 보인다. 누구는 확고하게 어디서 보자, 누구는 전혀 다른 곳을 제안하고, 누구는 조용히 따라오고, 누구는 그냥 다 별로라고. 맛있는 음식은 좋아하는데 잘 먹는 음식도 꽤나 다르고 주량도 하나같이 다 다르다. 와, 이렇게 적고 보니 이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이 서로 꾸준히 만나고 즐거운 것도 신기할 정도다.


우리가 만나면 마치 공간에 우리만 있는 것처럼 몰입해서 논다. 개념 없고 무례하게 행동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주변 상황에 관계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는 말이다. 주로 쓸모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의 반 이상이 '만약에~'라는 가정형이고 돌이켜보면 '맞아, 그랬었지' 정도다. 목청이 터져라 웃어버릴 때도 있고 편한 마음에 거친 단어들이 난무할 때도 있다. 이렇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대화가 되려 서로에게 은근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는데, 정확히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 직접 적어보았다.


오이를 어떻게 먹어?

이걸 왜 못 먹어?

(인디가수) 좋아하는데 노래 들어봐!

헐 나도 제일 좋아하는 가순데..!

치킨 퍽퍽살 내꺼!

야 뭐냐 나도 퍽퍽살파야

소스 따로 먹자

와 역시 찍먹이지

아이스크림 뭐 먹을 거야? 나는 민트 초코

민트 초코를 먹는다고?

(다른 친구) 어어 민트 초코 하나 더요!

물냉 vs 비냉

짜장 짬뽕, 음 볶음밥이지

헐 나도 볶음밥ㅋㅋㅋㅋ

너도 사진 좋아해? 필름 카메라? 와 어떤 거 쓰는데

2~3대 있지. 자동 하나, 수동 하나

아보카도 좋아해?

파인애플 피자 시키는 거 어때?

와씨 피자 취향 겹친 거 처음임

대리 부르면 되지! 그냥 차 끌고 와

내 차 누가 운전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다른친구) 헐 나도 그래서 지하철 타고 가는 중

그 영화 봤어? 진짜 별로였어. 어떻게 그 배우들로 그렇게 만들었지

무슨 소리야! 올해 본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데. 맨날 추천하고 다니는데

(다른친구) 그러게. 대부분이 그 영화 완전 별로였다고 하는데 진짜 재밌었지 않냐


등등




아마 이 네 명의 친구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가며 만날 모든 이들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친밀감의 정도가 달라지는 어떠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하이파이브하는 순간이 우리들 사이 곳곳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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