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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지 Oct 27. 2024

명상 # 3_4시간 집중명상.

드디어 집중 명상이 시작되었다. 주지스님은 명상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마치고, 우리는 각자 10분간 휴식을 취했다. 오후 8시, 다시 강당으로 모여들어 각자 자리에 앉았다. 강당은 은은한 조명 속에 잠겨 있었고, 공기는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주지스님이 우리를 명상의 자리로 이끌었다.


“명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벽을 마주 보고 앉아 눈을 감으세요. 단번에 몰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습니다. 처음 10분간은 몸을 움직이며 불편한 곳을 편안하게 풀어주십시오. 어깨를 위로 올려 5초간 긴장시키고, 힘을 풀어 떨어뜨리세요. 목도 좌우로, 앞뒤로 천천히 돌려 이완시키고, 상체를 좌우로 기울이며 긴장을 풀어줍니다. 몸이 느슨해지면 들어오는 호흡과 나가는 호흡에 집중하십시오. 죽도 소리가 세 번 울리면 명상을 시작하고, 50분 후 다시 죽도 소리가 울리면 천천히 눈을 뜨고 10분간 휴식하겠습니다. 이 과정을 네 번 반복하겠습니다.”


따악! 따악! 따악!


모두 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처음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부작거리는 소리에 귀가 기울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내 호흡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계 초침 소리가 강당을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찰칵, 찰칵.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확인하고 싶은 생각과 다시 참아내려는 마음이 교차했다. 발이 저리고 마치 마취주사를 맞은 듯 감각이 사라져 갔다. 내 발인데 내 것이 아닌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 점차 퍼져나갔다. 그 불편함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직 참을 만했다. 옷깃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도 이 불편을 견디지 못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을 떠올리며 귀를 기울이는데, 그때 들려온 소리.


따악! 따악! 따악! 


대나무 죽도를 치는 소리가 강당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드디어 끝났다. 한 시간을 견뎌낸 안도감에 깊은숨이 흘러나왔다. 휴우...

주지스님의 목소리가 고요를 가르며 들렸다.


“첫 번째 시간이 끝났습니다. 천천히 몸을 풀어 스트레칭하시고, 10분간 휴식하세요. 강당 안을 천천히 걸으며 행선을 하셔도 좋습니다. 명상의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대화는 삼가시고, 한쪽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주세요. 10분 후 두 번째 명상에 들어가겠습니다.”




강당 안을 채우던 침묵이 조용히 깨어지고, 모두가 묵묵히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주지스님의 말씀이 끝나고 천천히 발을 앞으로 뻗었다. 발이 저려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온몸을 편안하게 하려는 생각에 나는 대자로 드러누웠다. 저려 있던 발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올 즈음, 주지스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지스님은 몸을 길게 늘이고 이리저리 굽히며 스트레칭을 하고 계셨다. 온몸을 오징어 다리처럼 쭉쭉 뻗고 접는 동작에서 무언가 오래된 단련과 유연함이 느껴졌다.


'아, 명상 후에는 이렇게 굳어 있던 근육을 풀어주고, 혈을 돌려야 하는 거구나.' 한 시간 동안 한 자세로 앉아 있던 탓에 허리와 목, 어깨 근육까지 뻐근함이 남아 있었다. 주지스님의 동작을 따라 하면 피로가 덜할 것 같았다. 오랜 세월 몸을 단련해 온 명상 경력자의 지혜가 그 몸짓에서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었다.


나도 천천히 일어나 주지스님처럼 스트레칭을 해 보았다. 팔과 다리, 허리를 부드럽게 풀어주며 몸 구석구석까지 숨이 깊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불편함이 사라지고 근육이 풀어지자 마음까지 고요해졌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시간까지는 무난하게 명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시간부터 허리통증, 어깨통증, 발 저림 같은 감각이 몸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세 번째 시간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나자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발을 폈다가 접고를 반복하며 버텼다. 네 번째 시간에 이르러서는 아예 무릎을 가슴에 끌어안고, 고개를 무릎 위에 얹어 통증을 잊으려 했다. 고통은 허리와 등, 목 언저리를 떠돌며 시시때때로 기어 나왔다.


고통이 더 커졌다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견디던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내 안에 고통을 담아두는 작은 그릇이 있어서, 두 시간 반 동안 그 속의 인내가 한 방울씩 닳아 없어지다 마침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워진 기분이었다. 이제는 더는 무엇 하나 감싸 안을 여유조차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그릇과도 같은 상태였다.


평소 같았다면 이 정도의 통증쯤은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인내심이 바닥났다. 작은 불편마저도 견디기 힘든 짜증으로 번져 갔다. 고통은 차곡차곡 쌓여갔고, 마음은 얇고 낮은 불안으로 진동했다. 그만두고 싶었다. 멈추고 싶었다. 눕고 싶었고, 시간을 확인하고 싶었다. 불편한 자세로 앉아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무너져버린 마음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며, 이 고요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당장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숨은 얕고 무겁게 가라앉고, 입안에는 마른침이 고여 목이 타들어 갔다.


네 번째 시간이 시작되었을 때, 남은 20분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처럼 길고 무겁게 다가왔다. 집중은 이미 흩어졌고, 이제는 그저 이 시간이 속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더는 무엇 하나 내려놓을 것도 없이, 그저 이 고요한 시간이 속히 끝나기만을 바라며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악, 따악, 따악,

마침내 4시간 집중명상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안도의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아아아, 드디어 끝났구나…” 


지쳐있던 육체에도 드디어 휴식이 찾아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주지스님과

명상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

그토록 기다려 온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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