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안 것과, 거의 그런것의 큰 차이

몸 이야기

by 흑곰


쿨 한척 해도 안되는게 있다.

힘들게 잡은 유방외과는 아침부터 바글바글했다. 사실 검사가 끝나고 나온 거의 1시가 된 무렵에는 병원이 한산하던데 오후 진료는 안하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진료시간은 6시까지이기는 하다)

위드심의원


마침 분당차병원과는 예약통화가 되어 내일 오전 8:50 진료예약을 해두었다. 바로 검사는 안되고 진료만 가능하다고 한다.

어질어질하다 뭘 어찌해야하는건지 알 수가 있나.


남편이 출근했다 병원으로 왔다.

사실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도 고마웠다.

하지만 병원에서 남편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초음파도, 조직검사도, 선생님의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맘 먹으라는 듯한 그 말씀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오롯이 내 몫이다.


이것이 무엇이라고 하더라도 연초부터 병원에 가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었다,

회피는 두려움으로 부터 비롯되었지만 그래서 한 학기 대학원을 즐기며 다녔다.

휴가를 내고 열흘 내내 처박혀 대학원 과제도 했다. 대학생처럼.

혼자 눈물없이 강원도 여행도, 길리섬에 리트릿도 다녀왔다.


앎과 무지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로 사람을 쥐락펴락한다.

"암을 생각하시는 게 좋겠어요"라는 말 한마디로 어느정도는 무기력해졌고 어느정도는 슬퍼졌으며 어느정도는 바빠졌다.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무엇으르 해야 할지 분주해진다.


회사일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잘 정리를 해보아야 겠다.

당장 독일에 가서 김밥장사하는 꿈도, 강원도 가서 농사를 짓겠다는 꿈도 잠시는 접아야하겠지.


하늘이 너무나 높고 파래서

바람이 너무 좋아서

공기조차 아름다워서

이 마음이 섧다.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고 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 하는 것을 너머, 거의 그런 것은 다르고

실제로 정말 그러하다면 또 어떠할지 나는 어떤 하루를 준비하고 보내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날씨한 번 완벽하다.

매거진의 이전글걸어가야 하는 길